여름 차박 준비물 챙기는 방법, 더위와 습기부터 잡아야 합니다

여름 차박은 장비보다 열 관리가 먼저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7월 말에 처음 차박을 다녀왔는데, 텐트도 좋고 매트도 새로 샀는데 새벽 2시에 결국 시동 걸고 에어컨을 켰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더워서가 아니라 공기가 안 빠져서 답답했던 겁니다. 여름 차박 준비물은 캠핑 감성용 소품보다 환기, 벌레, 습기, 식중독 쪽을 먼저 봐야 합니다.
차 안은 생각보다 빨리 뜨거워집니다. 낮에 그늘 없는 곳에 세워두면 실내 온도가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밤이 돼도 차체에 남은 열이 천천히 빠지기 때문에, 문 닫고 누우면 처음 30분은 괜찮다가 한두 시간 뒤부터 숨이 막히는 느낌이 옵니다. 그래서 여름 차박은 잠자리 세팅보다 차를 어디에 세울지, 공기를 어떻게 돌릴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꼭 챙길 준비물은 이 정도면 됩니다
환기와 벌레 차단
- 차량용 모기장 또는 창문 방충망
- USB 선풍기 2개
- 보조배터리 또는 파워뱅크
- 햇빛 가림막, 앞유리 차광막
- 얇은 타프나 사이드 어닝 대체용 그늘막
여름 차박 준비물 중 제일 먼저 사야 할 건 비싼 매트가 아니라 방충망입니다.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야 숨을 쉬는데, 모기장 없이 열면 10분 안에 모기 들어옵니다. 특히 강가, 계곡, 논밭 근처는 해 지고 나서 벌레가 확 올라옵니다. 저는 앞좌석 창문 양쪽에 방충망을 씌우고, 선풍기 하나는 바깥 공기를 안으로 넣고 하나는 실내 공기를 뒤쪽으로 밀어주는 식으로 씁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선풍기는 큰 것 하나보다 작은 것 두 개가 낫습니다. 하나 고장 나도 버틸 수 있고, 공기 흐름을 만들기 쉽습니다. 배터리는 선풍기 2개를 밤새 돌릴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대충 10,000mAh 보조배터리 하나면 작은 선풍기 한 대를 하룻밤 간신히 돌리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여유 있게 가려면 20,000mAh 이상을 권합니다.
잠자리와 습기 대책
- 차박 매트 또는 자충 매트
- 얇은 여름 침낭이나 홑이불
- 흡습제 또는 마른 수건 2장
- 베개 대신 쓸 에어 필로우
- 창문 틈 빗물 가림용 레인 가드
여름이라고 이불을 안 챙기는 분들이 있는데, 새벽에는 생각보다 몸이 식습니다. 특히 산 아래 주차장이나 계곡 근처는 새벽 4시쯤 습하고 서늘합니다. 두꺼운 침낭은 답답하니 얇은 여름 침낭이나 면 이불 하나면 충분합니다. 바닥은 평탄화가 안 되면 잠을 못 잡니다. SUV든 경차든 뒷좌석 접었을 때 생기는 턱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비싼 차박 매트보다 단차 보정이 먼저입니다.
습기는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유리창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매트 밑이 눅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수건 두 장을 항상 따로 챙깁니다. 하나는 몸 닦는 용도, 하나는 유리창과 매트 주변 습기 닦는 용도입니다. 별것 아닌데 다음 날 냄새가 확 줄어듭니다.
먹는 것 준비는 적게, 차갑게, 빨리 먹게
여름 차박에서 음식 욕심내면 고생합니다. 삼겹살, 회, 조개, 생닭 같은 건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냉장고가 확실히 있거나 얼음 보충이 쉬운 곳이 아니라면 피하는 게 맞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에서도 여름철에는 세균 증식이 빨라 보관 온도와 조리 후 섭취 시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캠핑장에서는 손 씻는 것도 집만큼 쉽지 않으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 아이스박스 또는 차량용 냉장고
- 생수 1인 하루 2리터 이상
- 얼린 생수 2병
- 즉석밥, 컵라면, 레토르트 식품
- 집게, 가위, 칼, 도마를 구분해서 담을 파우치
- 물티슈, 키친타월, 쓰레기봉투
아이스박스는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혼자 1박이면 15리터 안팎도 충분합니다. 둘이 가면 25리터 정도면 무난하고요. 안에는 얼음만 넣지 말고 얼린 생수를 같이 넣으면 녹은 뒤 마실 수 있어 낭비가 적습니다. 단, 고기 핏물이나 양념이 생수병에 묻지 않게 지퍼백으로 한 번 더 싸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여름엔 조리 시간을 줄입니다. 불 앞에 오래 서 있으면 땀이 나고, 땀 나면 씻고 싶고, 씻을 곳이 애매하면 잠자리까지 불쾌해집니다. 즉석밥에 카레, 냉동 만두, 컵누들 같은 식으로 간단히 먹는 날이 많습니다. 캠핑 오래 다녀보면 알게 됩니다. 거창한 밥상보다 땀 덜 흘리고 편하게 치우는 게 다음 날 기분을 살립니다.
차박 장소 고를 때 준비물보다 중요한 것
여름 차박은 장소가 반입니다. 같은 장비를 챙겨도 그늘 있는 곳과 아스팔트 한복판은 완전히 다릅니다. 가능하면 해가 지는 방향에 차 뒷부분이 직접 달궈지지 않게 세우고, 아침 해가 바로 들이치지 않는 자리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바닥이 흙이면 먼지가 있고, 잔디면 벌레가 많고, 자갈은 배수는 좋지만 의자 다리가 불안합니다.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초보 때 많이 놓치는 게 진입로입니다. 낮에는 별문제 없어 보여도 밤에 비가 오면 흙길이 미끄러워집니다. 2륜 차량이면 경사진 임도는 피하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계곡 바로 옆은 시원하지만 폭우 때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습니다. 기상청 예보에서 호우 가능성이 있으면 물가 낮은 자리는 피해야 합니다. 여름엔 낭만보다 빠져나올 길이 먼저입니다.
소음도 봐야 합니다. 편의점 가까운 무료 주차장은 편하지만 밤늦게 차 문 닫는 소리, 음악 소리, 오토바이 소리가 계속 날 수 있습니다. 캠핑장이라도 계수대, 화장실, 분리수거장 바로 옆은 오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처음 가는 곳이면 화장실에서 너무 멀지 않되, 메인 동선에서 살짝 벗어난 자리를 잡습니다. 그 정도가 제일 편했습니다.
초보가 빼먹기 쉬운 안전 준비물
- 헤드랜턴 또는 손전등
- 상비약,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 휴대용 소화기
- 차량 점프스타터
- 우비 또는 얇은 방수 재킷
- 여분 양말과 속옷
여름 차박 준비물 이야기하면 감성등, 테이블, 의자부터 떠올리는데 실제로 사고를 줄이는 건 이런 물건들입니다. 헤드랜턴은 밤에 화장실 갈 때 양손이 비어서 좋고, 비 오는 날 타프 줄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줄여줍니다. 소화기는 작아도 하나 있으면 마음이 다릅니다. 버너를 쓰는 순간부터 불씨 관리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점프스타터도 여름에 은근히 쓸 일이 있습니다. 문을 자주 열고 닫고, 실내등이 켜진 줄 모르고 자거나, 전기 장비를 무리하게 쓰면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습니다. 차박은 차가 집이 되는 방식이라 차량 문제가 생기면 여행 전체가 꼬입니다. 출발 전 타이어 공기압, 냉각수, 와이퍼, 배터리 상태 정도는 봐두는 게 좋습니다.
장비를 많이 챙긴다고 여름 차박이 편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짐이 많으면 꺼내고 넣다가 땀만 더 납니다. 제 기준으로는 잠잘 자리 평탄화, 창문 방충망, 선풍기 두 개, 물 넉넉히, 음식 단순화, 빠져나올 수 있는 자리. 이 여섯 가지만 잡아도 첫 차박은 꽤 편해집니다. 멋진 세팅은 그다음입니다. 여름엔 덜 가져가고, 덜 만들고, 덜 움직이는 쪽이 오래 다니기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