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준비물 리스트, 초보자가 빠뜨리지 않으려면 이렇게 챙기면 됩니다

얼마 전 지인이 첫 차박 간다면서 트렁크를 열어 보여줬는데, 랜턴은 세 개나 있는데 창문 가릴 건 하나도 없더군요. 이게 초보 차박에서 제일 흔한 실수입니다. 멋진 의자, 감성 조명, 테이블보다 먼저 챙겨야 할 건 잠자리, 환기, 보온, 위생입니다. 차박은 텐트 캠핑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쉬기 때문에 빠뜨리면 바로 불편해지는 물건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 차박할 땐 뒷좌석만 접으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허리가 아파서 깨고, 창문에 물방울이 줄줄 흐르고, 지나가는 차 헤드라이트가 얼굴로 들어오니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 뒤로 차박 준비물 리스트는 장비 욕심보다 실패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차박 준비물 리스트는 잠자리부터 잡아야 합니다
차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침대처럼 평평한 바닥입니다. 차가 아무리 넓어도 바닥 단차가 3cm만 나면 허리나 골반이 밤새 눌립니다. SUV나 해치백은 2열을 접었을 때 트렁크 쪽과 좌석 쪽 높이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접이식 매트만 깔기보다 수납박스나 평탄화 보드로 높이를 먼저 맞추는 게 낫습니다.
- 차박 매트: 최소 두께 5cm 이상이면 초보도 버틸 만합니다. 에어매트는 푹신하지만 꿀렁임이 있고, 자충매트는 설치가 편합니다.
- 침낭 또는 이불: 봄가을에도 새벽 기온은 생각보다 떨어집니다. 최저기온 기준으로 고르는 게 맞습니다.
- 베개: 옷 말아서 베면 된다고들 하는데, 목 아프면 다음 날 운전이 피곤합니다. 작은 에어베개 하나면 충분합니다.
- 창문 가리개: 사생활 보호와 빛 차단 둘 다 필요합니다. 은박 차광막은 싸고 성능은 괜찮지만 접었을 때 부피가 있습니다.
- 방충망: 여름 차박 필수입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도 벌레가 들어오면 잠은 끝입니다.
차박 매트는 비싼 브랜드보다 내 차 바닥에 맞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폭이 남으면 말려 올라가고, 짧으면 발이 뜹니다. 구매 전에는 2열을 접은 상태에서 실내 길이와 폭을 줄자로 재는 게 먼저입니다. 대충 감으로 사면 창고행 됩니다.
환기와 안전 장비는 감성보다 먼저입니다
차박은 차 안에서 자는 방식이라 환기 문제가 늘 따라옵니다. 창문을 완전히 닫고 자면 답답하고, 습기가 차고, 겨울에는 유리에 물이 맺힙니다. 반대로 창문을 많이 열면 춥고 벌레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창문을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열 수 있게 만들고, 방충망이나 빗물 가림 장치를 같이 쓰는 게 현실적입니다.
- 휴대용 선풍기: 여름에는 공기 순환용으로 필요합니다. 배터리 용량은 10000mAh 이상이면 밤새 약풍으로 쓰기 좋습니다.
- 보조배터리 또는 파워뱅크: 휴대폰, 조명, 선풍기를 같이 쓰면 생각보다 빨리 닳습니다. 1박은 대용량 보조배터리, 2박 이상은 파워뱅크가 편합니다.
- 랜턴: 실내등을 계속 켜면 차량 배터리 방전 위험이 있습니다. 충전식 랜턴 하나는 따로 둬야 합니다.
- 헤드랜턴: 밤에 화장실 갈 때 손이 자유로워서 좋습니다. 밝기보다 착용감이 중요합니다.
- 구급 파우치: 밴드, 소독솜, 진통제, 벌레 물림 약, 개인 복용약은 작은 파우치에 따로 묶어둡니다.
- 소화기: 버너를 쓴다면 작은 차량용 소화기는 과한 준비가 아닙니다.
여기서 하나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차 안에서 화로대나 숯불을 쓰면 안 됩니다. 춥다고 버너를 켜둔 채 자는 것도 위험합니다. 난방은 침낭, 담요, 핫팩, 전기요처럼 실내 사용에 맞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전기요를 쓸 때도 소비전력과 파워뱅크 출력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먹는 장비는 메뉴를 먼저 정하면 줄어듭니다
초보 차박 짐이 갑자기 커지는 구간이 주방입니다. 냄비, 프라이팬, 도마, 칼, 컵, 그릇, 양념통을 다 챙기면 작은 이삿짐이 됩니다. 저는 1박 차박이면 메뉴를 두 끼 정도로 제한합니다. 저녁은 데워 먹는 음식이나 간단한 구이, 아침은 커피와 빵이나 컵밥 정도면 충분합니다.
- 버너: 1인이나 2인은 소형 가스버너 하나면 됩니다. 바람이 많은 곳은 바람막이가 필요합니다.
- 코펠 또는 냄비: 라면과 물 끓이기가 주 용도라면 작은 냄비 하나로 충분합니다.
- 프라이팬: 고기를 굽는다면 필요하지만, 안 굽는 일정이면 빼도 됩니다.
- 수저와 컵: 일회용을 줄이고 싶다면 티타늄이나 스테인리스 세트가 오래 갑니다.
- 물통: 1인 1박 기준으로 식수와 세척까지 3L 정도는 잡는 게 편합니다.
- 쿨러: 여름에는 필수입니다. 얼음팩은 음식 위가 아니라 아래와 옆에 나눠 넣어야 오래 갑니다.
- 쓰레기봉투: 음식물, 일반 쓰레기, 젖은 물건용을 따로 챙기면 차 안 냄새가 덜 납니다.
양념통 세트는 보기엔 좋은데 실제로는 소금, 후추, 오일 정도만 쓰는 날이 많습니다. 첫 차박부터 주방을 크게 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설거지할 곳이 애매한 노지나 휴양림이라면 기름진 메뉴보다 데우고 끝나는 메뉴가 훨씬 편합니다.
계절별로 빠지면 고생하는 물건이 다릅니다
차박 준비물 리스트는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장소라도 5월 낮에는 반팔을 입고, 새벽에는 경량패딩을 꺼내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산 근처, 강가, 바닷가 주차장은 도심보다 체감온도가 낮습니다. 날씨 앱의 낮 기온만 보면 짐을 잘못 챙깁니다.
봄가을 차박
- 경량패딩 또는 플리스: 밤에 밖에서 앉아 있으면 금방 식습니다.
- 핫팩: 부피 대비 만족도가 높습니다. 발쪽에 하나 넣으면 잠이 훨씬 편합니다.
- 담요: 침낭만으로 애매할 때 덮거나 무릎에 걸치기 좋습니다.
여름 차박
- 방충망: 모기 많은 곳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 선풍기: 차 안 공기를 움직여야 덜 답답합니다.
- 쿨러와 얼음팩: 식중독 위험이 커지는 계절이라 음식 보관에 신경 써야 합니다.
- 얇은 긴팔: 벌레와 햇빛 때문에 생각보다 자주 입습니다.
겨울 차박
- 동계 침낭: 최저기온보다 여유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 단열 매트: 바닥 냉기가 올라오면 침낭이 좋아도 춥습니다.
- 전기요: 파워뱅크 용량과 출력 확인이 먼저입니다.
- 성에 제거 도구: 아침 출발 전에 유리 성에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겨울 차박은 초보에게 은근히 어렵습니다. 장비가 부족하면 낭만보다 추위가 먼저 옵니다. 처음이라면 영하권보다는 최저기온 5도 안팎의 날을 골라 경험해보는 게 몸에 무리가 덜합니다.
차 안에 넣는 순서도 준비물만큼 중요합니다
차박은 짐을 많이 챙기는 것보다 꺼내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밤에 도착했는데 랜턴이 맨 아래 있고, 창문 가리개가 박스 뒤에 있으면 시작부터 피곤합니다. 저는 자주 쓰는 물건을 앞쪽, 잠자리 물건을 바로 펼칠 수 있는 위치, 음식은 냄새가 새지 않게 한 박스에 넣습니다.
- 운전 중 필요한 물건: 물, 간식, 휴지, 충전 케이블은 앞좌석 근처에 둡니다.
- 도착하자마자 쓰는 물건: 랜턴, 의자, 창문 가리개, 방충망은 가장 먼저 꺼낼 수 있게 둡니다.
- 잠자리 물건: 매트와 침낭은 압축하되 너무 깊이 넣지 않습니다.
- 주방 물건: 버너, 냄비, 식재료, 쓰레기봉투를 한 묶음으로 두면 움직임이 줄어듭니다.
- 젖거나 더러운 물건: 별도 방수백이나 플라스틱 박스가 있으면 차 안이 덜 망가집니다.
차박 장소를 고를 때는 화장실, 취사 가능 여부, 주차면 경사, 야간 소음도 봐야 합니다. 시설 좋은 곳이라도 도로 바로 옆이면 밤새 차 소리에 깹니다. 바닷가 방파제는 풍경은 좋은데 바람이 세고, 산속 임도 근처는 조용하지만 진입로가 거칠 수 있습니다. 내 차가 낮은 승용차라면 진입로 정보는 장비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 차박을 준비한다면 모든 장비를 한 번에 사지 않아도 됩니다. 1박 기준으로 매트, 침낭, 창문 가리개, 랜턴, 물, 간단한 조리도구, 쓰레기봉투부터 갖추면 시작은 됩니다. 다녀와서 불편했던 것만 하나씩 채우는 방식이 돈도 덜 쓰고 장비도 오래 갑니다. 차박 준비물 리스트는 남의 목록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내 차 크기, 내 잠버릇, 내가 먹는 방식에 맞춰 줄이고 바꾸는 쪽이 결국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