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하기 좋은차 고르는 방법, 초보자는 공간보다 이것부터 봐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 차로 1박 차박을 다녀왔는데, 차는 꽤 컸는데도 밤새 허리를 제대로 못 폈습니다. 반대로 예전에 타던 오래된 왜건은 차값은 별로 안 비쌌지만 180cm 가까운 사람이 누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요. 차박하기 좋은차는 덩치만 보고 고르면 안 됩니다. 캠핑 20년 하면서 느낀 건, 차박은 차의 크기보다 ‘잠자는 자세가 나오는가’, ‘짐이 빠지는가’, ‘환기가 되는가’가 먼저입니다.
차박하기 좋은차는 평탄화가 먼저입니다
차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웠을 때 바닥이 얼마나 평평해지느냐입니다. 차가 아무리 비싸도 2열을 접었는데 경사가 크거나 턱이 높으면 밤새 몸이 아래로 밀립니다. 한두 시간 낮잠이면 몰라도, 6시간 이상 자려면 이 차이가 큽니다.
보통 성인 1명이 편하게 자려면 실내 길이가 최소 175cm 정도는 나와야 합니다. 키가 170cm 안쪽이면 소형 SUV나 해치백도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키가 175cm 이상이면 2열 접은 뒤 트렁크 끝까지 실제 길이를 재봐야 합니다. 카탈로그 적재공간 숫자만 믿으면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차 볼 때는 줄자 하나 들고 갑니다. 2열을 접고 운전석을 평소 운전 자세보다 조금 앞으로 당긴 뒤, 트렁크 문 닫히는 안쪽부터 앞좌석 뒤까지 재봅니다. 그리고 바닥 턱 높이도 봅니다. 5cm 정도는 매트나 평탄화 보드로 잡을 수 있는데, 10cm 이상 차이 나면 작업이 번거로워집니다.
- 성인 1명 기준: 실내 누움 길이 175cm 이상이면 여유가 생깁니다.
- 성인 2명 기준: 폭 120cm 전후는 돼야 어깨가 덜 부딪힙니다.
- 바닥 단차: 5cm 안팎이면 매트로 해결하기 쉽습니다.
- 천장 높이: 앉았을 때 머리가 계속 닿으면 비 오는 날 꽤 답답합니다.
SUV, 왜건, 승합차는 성격이 다릅니다
차박하기 좋은차를 이야기하면 보통 SUV부터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SUV는 접근성이 좋고, 중고 매물도 많고, 2열 접으면 적당히 공간이 나옵니다. 특히 중형 SUV는 1인 차박이나 둘이 가벼운 차박을 하기에 균형이 좋습니다. 다만 뒷바닥이 완전히 평평하지 않은 차도 많아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왜건이나 해치백은 의외로 차박에 괜찮습니다. 차고가 낮아 바람 영향을 덜 받고 연비가 좋은 편입니다. 근데 천장이 낮은 차가 많아서 옷 갈아입거나 비 오는 날 실내에서 버티기는 답답합니다. 솔직히 혼자 조용히 자고 오는 스타일이면 이런 차가 더 실속 있을 때도 있습니다.
승합차나 미니밴은 공간으로는 확실히 편합니다. 2명이 자도 넉넉하고, 짐을 안 내리고도 잘 수 있는 차가 많습니다. 문제는 차체가 커서 산길 좁은 진입로나 오래된 캠핑장 안쪽 사이트에서 부담이 생깁니다. 차박은 목적지가 늘 넓은 주차장만 있는 게 아니라서, 큰 차가 항상 답은 아닙니다.
차종별로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 소형 SUV: 혼자 가볍게 다니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키 큰 사람은 길이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 중형 SUV: 차박 입문자에게 가장 무난합니다. 평탄화 용품도 구하기 쉽습니다.
- 대형 SUV: 공간은 좋지만 유지비와 주차 부담이 있습니다.
- 미니밴: 가족 차박이나 장비 많은 사람에게 좋습니다. 대신 큰 차 운전에 익숙해야 합니다.
- 왜건·해치백: 연비와 기동성은 좋지만 실내 높이는 아쉽습니다.
짐까지 넣고 잘 수 있어야 진짜 편합니다
처음 차박하는 분들이 많이 놓치는 게 짐 자리입니다. 매장에서는 2열 접고 누워보면 넓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침낭, 매트, 의자, 테이블, 버너, 물, 아이스박스, 여벌 옷이 들어갑니다. 그 상태에서 사람이 누워야 합니다. 그래서 차박하기 좋은차는 ‘사람 누울 자리’와 ‘짐 빠질 자리’가 같이 나와야 합니다.
저는 1박 기준으로 짐을 세 구역으로 나눕니다. 잘 때 밖에 둬도 되는 물건, 앞좌석으로 넘길 물건, 실내에 꼭 둬야 하는 물건입니다. 비가 올 때는 밖에 둘 수 있는 물건이 확 줄어듭니다. 이때 차가 작으면 잠자리가 바로 무너집니다.
루프박스를 올리면 해결될 것 같지만, 이것도 스타일 따라 다릅니다. 장거리 고속주행이 많으면 연비가 떨어지고 풍절음도 생깁니다. 지하주차장 높이도 봐야 하고요. 저는 초보라면 루프박스부터 사기보다 장비 부피를 먼저 줄이는 쪽을 권합니다. 접이식 의자 하나만 바꿔도 트렁크가 꽤 살아납니다.
겨울과 여름은 차 조건이 달라집니다
봄가을에 하루 자는 차박은 웬만한 차로도 됩니다. 문제는 한여름과 한겨울입니다. 여름에는 환기가 안 되면 습기와 열기가 금방 찹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야 하는데 벌레가 들어오니 방충망이 필요하고, 비가 오면 빗물 유입도 신경 써야 합니다.
겨울은 더 까다롭습니다. 차 안은 생각보다 빨리 식습니다. 시동 켜고 자는 건 일산화탄소 문제와 주변 소음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국립재난안전 관련 안내에서도 밀폐 공간 연소기 사용과 환기 문제는 늘 강조합니다. 차박에서도 같은 원리입니다. 난방은 전기장판, 침낭, 보온 매트 조합으로 가는 게 기본이고, 화기류는 차 안에서 쓰지 않는 쪽이 맞습니다.
배터리도 봐야 합니다. 전기장판, 휴대폰 충전, 조명까지 쓰면 보조배터리 용량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듭니다. 겨울에는 배터리 효율도 떨어집니다. 차박을 자주 할 생각이면 500Wh급 파워뱅크부터 보고, 전기 사용이 많은 사람은 700Wh 이상도 고려할 만합니다. 다만 이것도 무조건 큰 게 좋은 건 아닙니다. 무겁고 비싸면 결국 안 들고 다닙니다.
차를 고를 때 직접 확인할 것들
차박하기 좋은차를 고를 때 저는 시승보다 실내 접힘 구조를 먼저 봅니다. 운전감도 중요하지만, 차박 목적으로 사는 차라면 밤에 누웠을 때 불편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중고차를 보러 가도 줄자와 얇은 매트 하나는 가져가는 편이 좋습니다.
- 2열이 완전히 접히는지 확인합니다.
- 트렁크 바닥과 2열 접은 부분의 높이 차이를 봅니다.
- 실내 길이와 폭을 실제로 잽니다.
- 트렁크 문을 안에서 닫았을 때 답답함이 어느 정도인지 봅니다.
- 창문 방충망, 차박 매트 같은 전용 용품이 쉽게 구해지는 차종인지 확인합니다.
- 비포장 진입로를 자주 갈 거면 최저지상고와 타이어도 봅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차를 바꾸는 것보다 지금 가진 차로 1박을 먼저 해보는 게 좋습니다. 집 근처 오토캠핑장이나 차박 허용 주차장에서 해보면 금방 압니다. 허리가 아픈지, 짐이 어디서 걸리는지, 환기가 답답한지 몸으로 느껴집니다. 그 경험 없이 차부터 바꾸면 예전 제 창고처럼 안 쓰는 장비와 아쉬운 선택이 쌓입니다.
제 기준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은 중형 SUV나 실내가 잘 접히는 미니밴입니다. 혼자 다니고 짐을 줄일 자신이 있으면 소형 SUV도 충분합니다. 가족이 같이 움직이면 미니밴 쪽이 편하고요. 다만 어떤 차든 차박 장소의 규정, 취사 가능 여부, 소음 문제는 꼭 챙겨야 합니다. 차가 좋다고 밤새 문 열고 닫고 음악 틀면 그건 캠핑이 아니라 민폐가 됩니다.
차박하기 좋은차는 남들이 많이 탄다는 차보다 내 키, 내 짐, 내가 가는 장소에 맞는 차입니다. 저는 지금도 새 장비보다 짐을 하나 줄이는 쪽이 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차도 비슷합니다. 크고 비싼 차보다 내가 편하게 잠들고, 조용히 아침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올 수 있는 차가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