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캠핑 준비물 제대로 챙기려면 이렇게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풀세트로 사면 창고가 먼저 찹니다
얼마 전 지인이 첫 캠핑을 간다면서 장바구니를 보여줬는데, 텐트부터 감성 랜턴, 우드 쉘프, 화로대 테이블, 양념통 세트까지 이미 100만 원이 넘어가 있더군요.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장비를 따라 샀고, 막상 현장에 가보니 무겁고 설치가 귀찮아서 두 번 쓰고 창고로 들어간 물건이 꽤 많았습니다.
첫 캠핑 준비물은 멋보다 생존과 편안함이 먼저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고, 밥을 안전하게 먹고, 비와 바람을 막고, 어두워졌을 때 움직일 수 있으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나머지는 몇 번 다녀오면서 자기 스타일에 맞춰도 늦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비싼 걸 사야 오래 쓴다는 말도 반만 맞습니다. 텐트처럼 기본 성능이 중요한 장비는 너무 싼 제품을 피하는 게 좋지만, 의자나 테이블, 수납 박스 같은 건 본인 캠핑 스타일이 잡힌 뒤에 바꿔도 됩니다. 가족 캠핑인지, 차박인지, 백패킹 쪽으로 갈 건지에 따라 필요한 물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잠자리 장비는 아끼면 바로 티가 납니다
첫 캠핑에서 제일 많이 실패하는 게 잠자리입니다. 낮에는 다 좋습니다. 고기 굽고 사진 찍고 커피 마시면 기분 좋죠. 그런데 밤 11시쯤 바닥 냉기가 올라오고 허리가 배기기 시작하면 캠핑이 갑자기 노동이 됩니다.
텐트는 인원보다 한 단계 여유 있게
2명이 간다고 2인용 텐트를 사면 짐 넣을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오토캠핑이면 2명은 3인용, 3명은 4인용 정도로 보는 게 편합니다. 백패킹은 무게 때문에 다르게 봐야 하지만, 첫 캠핑이 차량 이동이라면 공간 여유가 훨씬 중요합니다.
방수는 내수압 숫자만 보지 말고 플라이가 제대로 덮이는지, 바닥 원단이 얇지 않은지 봐야 합니다. 여름 캠핑도 새벽 이슬이 제법 많습니다. 싸구려 원터치 텐트 하나만 믿고 갔다가 바닥이 눅눅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매트와 침낭은 계절을 맞춰야 합니다
초보는 침낭보다 매트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몸을 차갑게 만드는 건 위에서 오는 공기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입니다. 봄가을에는 발포 매트 하나만으로 부족할 때가 많고, 자충 매트나 에어 매트에 얇은 발포 매트를 같이 쓰면 훨씬 낫습니다.
침낭은 최저 사용 온도만 믿으면 안 됩니다. 제품에 적힌 온도는 사람마다 체감이 다릅니다. 추위를 많이 타면 표시 온도보다 5도 정도 여유 있게 보는 게 안전합니다. 여름엔 얇은 침낭이나 블랭킷이면 충분하지만, 산 근처 캠핑장은 밤에 생각보다 떨어집니다.
- 필수: 텐트, 그라운드시트, 매트, 침낭 또는 이불
- 있으면 좋은 것: 베개, 얇은 담요, 여분 양말
- 처음엔 보류: 대형 러그, 장식용 쿠션, 감성 침구 풀세트
먹는 장비는 단순할수록 덜 지칩니다
첫 캠핑에서 요리를 너무 크게 잡으면 짐이 폭발합니다. 삼겹살, 조개구이, 꼬치, 전골, 아침 토스트까지 계획하면 아이스박스부터 조리도구까지 일이 커집니다. 처음엔 한 끼는 굽기, 한 끼는 데우기 정도가 편합니다.
버너는 화로대보다 먼저입니다
불멍이 하고 싶어서 화로대부터 사는 분들이 많은데, 밥 먹는 기준으로 보면 버너가 먼저입니다. 1박 2일이면 일반 가스 버너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바람이 있는 캠핑장은 화력이 확 떨어지니 바람막이도 같이 챙기는 게 좋습니다. 단, 밀폐된 텐트 안에서 버너를 쓰는 건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일산화탄소는 냄새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코펠은 처음부터 큰 세트가 필요 없습니다.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 집게, 가위, 칼, 도마 정도면 웬만한 식사는 됩니다. 설거지통과 키친타월,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의외로 많이 빠뜨립니다. 이거 없으면 철수할 때 손이 바쁩니다.
- 필수: 버너, 가스, 냄비, 팬, 컵, 수저, 칼, 도마
- 청소용: 설거지통, 수세미, 세제, 키친타월, 쓰레기봉투
- 음식 보관: 아이스박스, 보냉팩, 지퍼백, 밀폐용기
물은 캠핑장에 수도가 있어도 2리터 생수 몇 병은 따로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밤에 급하게 물 뜨러 가는 것도 귀찮고, 동계에는 수도가 얼거나 멀리 떨어진 사이트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안전 장비는 작아도 빠지면 곤란합니다
캠핑 준비물 목록에서 초보가 제일 쉽게 빼는 게 안전 장비입니다. 쓰는 일이 없으면 가장 좋지만, 한 번 필요할 때 없으면 그날 캠핑 분위기가 완전히 꺾입니다. 특히 아이와 같이 가거나 산과 계곡 근처로 간다면 더 챙겨야 합니다.
랜턴은 하나만 가져가면 불편합니다. 메인 랜턴 하나, 손에 들거나 머리에 쓰는 보조등 하나가 기본입니다. 화장실 갈 때, 팩 줄에 걸린 물건 찾을 때, 차 안에서 짐 꺼낼 때 보조등이 훨씬 편합니다. 배터리 잔량도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구급 파우치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밴드, 소독 티슈, 진통제, 벌레 물림 연고, 개인 상비약 정도면 시작은 됩니다. 여름에는 모기기피제와 벌레 퇴치용품도 필요합니다. 계곡 근처는 해 지고 나면 벌레가 확 늘어납니다.
- 조명: 메인 랜턴, 헤드랜턴 또는 손전등, 여분 배터리
- 안전: 구급 파우치, 장갑, 호루라기, 멀티툴
- 화재 대비: 소화 스프레이 또는 작은 소화기, 내열 장갑
- 날씨 대비: 우비, 여벌 옷, 방수팩, 여분 양말
난방 장비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전기장판은 캠핑장 전기 용량을 확인해야 하고, 난로를 쓴다면 환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같이 가야 합니다. 추워서 텐트를 꽉 닫고 자는 게 제일 위험합니다. 저는 동계 캠핑 때 경보기 두 개를 서로 다른 높이에 둡니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든 뒤에는 사람이 판단을 못 합니다.
의자와 테이블은 비싼 것보다 높이가 맞아야 합니다
첫 캠핑 준비물로 의자와 테이블을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 높이를 먼저 보세요. 낮은 의자에 높은 테이블을 쓰면 밥 먹을 때 어깨가 올라가고, 높은 의자에 낮은 테이블을 쓰면 계속 허리를 숙이게 됩니다. 이게 하루는 괜찮아도 1박 하면 피곤합니다.
처음엔 접이식 의자 1인 1개, 2명 기준 작은 롤테이블 하나면 됩니다. 가족 캠핑이면 메인 테이블 하나에 보조 테이블 하나 정도가 편합니다. 우드 테이블은 예쁘지만 무겁고 관리가 번거롭습니다. 차에 공간이 넉넉하고 감성 캠핑이 확실한 취향이면 괜찮지만, 첫 장비로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수납은 플라스틱 박스가 의외로 좋습니다. 비 맞아도 덜 신경 쓰이고, 철수할 때 막 넣기 편합니다. 다만 박스가 너무 많아지면 찾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저는 주방, 잠자리, 공구와 소모품 정도로 나눕니다. 박스 겉에 작은 라벨을 붙여두면 밤에도 덜 헤맵니다.
첫 캠핑 체크리스트는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처음 떠날 때는 완벽하게 챙기려 하지 말고, 빠지면 큰일 나는 것부터 막는 방식이 낫습니다. 텐트가 없어도 문제고, 침낭이 없어도 문제고, 버너 가스를 놓고 가도 밥이 꼬입니다. 반대로 감성 소품 하나 빠졌다고 캠핑이 망하진 않습니다.
- 잠자리: 텐트, 그라운드시트, 매트, 침낭, 베개
- 주방: 버너, 가스, 코펠, 식기, 수저, 칼, 도마, 집게
- 식재료: 물, 간단한 식사, 간식, 커피, 보냉팩
- 생활: 의자, 테이블, 휴지, 물티슈, 수건, 쓰레기봉투
- 안전: 랜턴, 구급약, 장갑, 우비, 보조 배터리
- 계절: 여름엔 벌레 대책, 겨울엔 보온과 환기 장비
캠핑장도 장비만큼 중요합니다. 첫 캠핑이면 산 깊은 곳보다 매점, 화장실, 샤워실이 가까운 곳이 낫습니다. 진입로가 좁거나 사이트 간격이 너무 붙은 곳은 초보에게 피곤합니다. 밤 소음도 봐야 합니다. 계곡 물소리가 좋을 때도 있지만, 텐트 바로 옆이면 잠을 설칠 수 있습니다.
제가 초보에게 권하는 방식은 첫 2번은 빌릴 수 있는 건 빌려서 가는 겁니다. 텐트나 테이블을 대여하거나 지인 장비를 써보면 내가 넓은 공간을 좋아하는지, 간단한 세팅을 좋아하는지 금방 압니다. 그다음 내 돈을 쓰면 실패가 확 줄어듭니다.
첫 캠핑 준비물은 많아 보이지만 결국 잠, 밥, 빛, 안전입니다. 이 네 가지만 제대로 챙기면 조금 어설퍼도 기억에 남는 밤이 됩니다. 장비는 오래 다닐수록 줄어드는 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지금은 멋진 물건보다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을 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