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요리 망치지 않으려면 이렇게 준비하면 됩니다

캠핑요리는 메뉴보다 동선이 먼저입니다
얼마 전 초보 팀이랑 1박 백패킹을 갔는데, 삼겹살 2kg에 냄비 3개, 양념통 8개를 들고 오셨더군요. 먹는 건 좋습니다. 저도 캠핑 20년 하면서 불 앞에서 먹는 밥맛 때문에 계속 다닌 사람입니다. 그런데 짐을 풀어보니 칼은 없고, 도마는 없고, 고기 집게도 없었습니다. 메뉴는 화려한데 실제 조리는 막히는 상황이죠.
캠핑요리는 집밥이랑 다릅니다. 물이 부족하고, 불 조절이 어렵고, 바람이 불고, 설거지도 귀찮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많이 잡는 것보다 조리 순서를 단순하게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1박 2일 기준으로 저녁 1끼, 아침 1끼, 간식 1개 정도만 제대로 잡습니다. 점심까지 욕심내면 짐이 늘고, 음식물 쓰레기도 늘어납니다.
처음 가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칼질은 집에서 끝내고, 캠핑장에서는 굽고 끓이는 정도만 하자.” 이 기준만 잡아도 실패가 확 줄어듭니다.
초보 캠핑요리 메뉴는 3단계로 나누면 편합니다
처음부터 닭볶음탕, 감바스, 파스타, 꼬치구이까지 다 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진은 잘 나옵니다. 근데 막상 해보면 버너 두 개로는 정신없고, 식재료는 남고, 냄비 바닥은 탑니다. 초보라면 난이도를 나눠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1단계: 굽기만 하면 되는 메뉴
삼겹살, 목살, 소시지, 버섯, 새우 같은 재료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실패 확률이 낮고 준비가 쉽습니다. 다만 고기만 많이 가져가면 금방 물립니다. 저는 고기 1인분을 250g 정도로 잡고, 버섯이나 양파를 같이 챙깁니다. 밥까지 먹을 거면 200g만 가져가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2단계: 끓이면 끝나는 메뉴
어묵탕, 부대찌개, 김치찌개, 라면에 가까운 메뉴입니다. 캠핑장에서 국물 메뉴는 생각보다 힘이 큽니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고기보다 뜨거운 국물이 먼저 생각납니다. 재료는 밀폐용기에 한 번 먹을 만큼만 담고, 육수 코인이나 농축 소스를 쓰면 짐이 줄어듭니다.
3단계: 조리 시간이 짧은 한 그릇 메뉴
볶음밥, 카레, 덮밥류가 좋습니다. 남은 고기와 채소를 처리하기에도 편합니다. 저는 마지막 끼니에 볶음밥을 자주 합니다. 팬 하나로 끝나고, 설거지도 비교적 쉽습니다. 단, 즉석밥은 데우는 물이 필요하니 인원수에 맞춰 물 여유를 잡아야 합니다.
장비는 많이보다 맞게 가져가야 합니다
캠핑요리 장비를 사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들, 더치오븐, 토치, 꼬치대, 양념통 세트, 접이식 싱크대까지 보면 다 필요해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리들만 세 종류를 샀습니다. 결국 지금 제일 자주 쓰는 건 26cm 팬 하나, 1.5L 냄비 하나, 작은 버너 하나입니다.
오토캠핑이면 장비를 조금 넉넉히 가져가도 됩니다. 하지만 백패킹은 다릅니다. 팬 무게 300g 차이가 오르막에서 바로 느껴집니다. 백패킹에서는 ‘팬 하나로 몇 가지를 할 수 있나’를 먼저 봐야 합니다. 볶고, 굽고, 물 조금 끓일 수 있으면 꽤 쓸 만합니다.
- 1인 백패킹: 티타늄 컵, 소형 버너, 접이식 숟가락, 작은 칼 정도면 충분합니다.
- 2인 미니멀 캠핑: 20~24cm 팬, 1L 냄비, 버너 1개, 집게 1개면 대부분 됩니다.
- 가족 오토캠핑: 팬 1개, 냄비 2개, 버너 2구, 넓은 도마가 있으면 조리가 편합니다.
비싼 장비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자주 먹는 메뉴와 맞아야 합니다. 라면과 고기 위주로 먹는 사람이 더치오븐부터 사면 창고행이 빠릅니다. 반대로 찜, 수육, 장시간 조리를 자주 한다면 무거운 냄비도 값어치를 합니다.
식재료 준비는 집에서 70% 끝내는 게 좋습니다
캠핑장에서 칼질 오래 하는 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바람 불면 봉투가 날리고, 해 지면 손元재료 색도 잘 안 보입니다. 특히 닭고기, 돼지고기, 해산물은 위생이 중요해서 현장에서 오래 만지는 걸 줄이는 게 낫습니다.
저는 고기는 1회분씩 나눠서 지퍼백에 담고, 양념은 고기에 미리 버무리지 않는 편입니다. 오래 재워두면 물이 생기고 식감이 흐물해질 때가 있습니다. 양념육을 가져갈 때는 국물이 새지 않게 이중 포장을 합니다. 아이스박스 안에서 고추장 양념 터지면 그날 기분이 꽤 내려갑니다.
- 채소는 씻고 썰어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뺀 뒤 담습니다.
- 양념은 작은 용기에 1박 분량만 덜어 갑니다.
- 쌈 채소는 부피가 커서 초보 때는 적게 가져가는 게 낫습니다.
- 계란은 깨질 위험이 있어 전용 케이스나 액상 계란을 씁니다.
- 냉동 식재료는 아이스팩 역할도 해서 첫날 저녁 메뉴로 좋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계산해야 합니다. 캠핑장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고, 백패킹에서는 전부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수박, 조개, 뼈 있는 고기처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재료는 장소에 따라 피하는 게 낫습니다.
불 조절과 안전은 맛보다 앞에 둬야 합니다
캠핑요리에서 사고는 대단한 순간보다 사소한 방심에서 납니다. 바람 부는 날 버너 위에 큰 팬을 올려두면 불꽃이 옆으로 밀립니다. 테이블 위 버너 주변에 휴지, 비닐, 종이컵이 있으면 금방 위험해집니다. 텐트 안 조리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불을 쓰면 일산화탄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버너를 쓸 때 바닥부터 봅니다. 흔들리는 테이블보다 낮고 평평한 곳이 낫습니다. 그다음 바람막이를 세우는데, 가스통까지 완전히 감싸지는 않습니다. 열이 갇히면 가스통 온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화력이 약해지니 무리하게 큰 요리를 잡기보다 빨리 끓는 메뉴가 편합니다.
고기 굽는 것도 순서가 있습니다. 기름 많은 삼겹살을 먼저 굽고 바로 볶음밥으로 넘어가면 팬 하나로 끝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선이나 양념 강한 음식을 먼저 하면 뒤 메뉴에 냄새가 다 옮습니다. 설거지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메뉴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캠핑요리는 멋있게 차리는 음식이라기보다 밖에서 무리 없이 먹고 치우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저는 아직도 새 장비보다 작은 지퍼백, 잘 드는 칼, 새지 않는 양념통을 더 믿습니다. 음식이 조금 투박해도 따뜻하고, 짐이 과하지 않고, 같이 간 사람이 편하게 먹었다면 그 캠핑요리는 꽤 잘한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