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캠핑 준비물 챙기는 방법, 물가에서 빠뜨리면 고생하는 것들

얼마 전 지인이 계곡 캠핑 간다고 짐 사진을 보내왔는데, 텐트랑 의자는 번듯한데 정작 물가에서 필요한 물건이 몇 개 빠져 있더군요. 계곡 캠핑은 일반 캠핑보다 준비물이 조금 다릅니다. 물이 있으니 시원하고 좋지만, 그 물 때문에 젖고 미끄러지고 체온이 떨어지고 음식 보관도 까다로워집니다. 저도 예전에 여름 계곡에서 슬리퍼 하나 믿고 들어갔다가 발바닥 미끄러져 무릎을 제대로 찍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계곡 캠핑 준비물은 따로 목록을 만들어 챙깁니다.
계곡 캠핑은 물놀이보다 바닥과 체온부터 봐야 합니다
초보 분들이 계곡 캠핑 준비물 하면 튜브, 수영복, 아이스박스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고생하는 지점은 대개 바닥입니다. 계곡 주변은 돌이 많고, 물에 젖은 흙은 생각보다 잘 밀립니다. 밤에는 낮에 젖은 신발이 마르지 않아 텐트 안까지 습기가 따라 들어옵니다.
계곡 캠핑을 간다면 아쿠아슈즈는 거의 필수로 봅니다. 그냥 슬리퍼는 물살 있는 곳에서 벗겨지기 쉽고, 크록스류도 발을 완전히 잡아주지 못하면 돌 사이에 걸립니다. 발등을 잡아주는 아쿠아슈즈, 여벌 양말 2켤레 이상, 젖은 옷을 담을 방수 파우치가 있으면 하루가 편합니다.
- 아쿠아슈즈 또는 발목을 잘 잡는 물놀이 신발
- 흡습 빠른 수건 2장 이상
- 젖은 옷 전용 방수백
- 여벌 양말과 속옷
- 얇은 바람막이 또는 긴팔 셔츠
한여름이라도 계곡 물에 20분만 들어갔다 나오면 몸이 확 식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놀 때는 모르다가 나와서 입술이 파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곡 캠핑 갈 때 얇은 긴팔을 꼭 챙깁니다. 비싼 기능성 의류가 아니어도 됩니다. 빨리 마르고 몸을 덮어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사이트 잡을 때 필요한 준비물은 따로 있습니다
계곡 옆 캠핑장은 바닥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데크면 편하지만, 파쇄석이나 흙바닥이면 팩이 잘 안 박히거나 반대로 너무 쉽게 빠집니다. 물가라 바람길도 예상보다 세게 생깁니다. 낮에는 조용하다가 밤에 계곡을 타고 찬바람이 내려오는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팩은 기본 알루미늄 짧은 것만 가져가면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30cm 이상 단조팩 몇 개, 여분 스트링, 작은 망치 정도는 챙기는 게 좋습니다. 백패킹이면 무게 때문에 전부 가져가긴 어렵지만, 오토캠핑이면 이 정도는 차에 넣어도 손해 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 30cm 이상 단조팩 4~6개
- 여분 스트링과 스토퍼
- 그라운드시트 또는 풋프린트
- 방수포 한 장
- 랜턴 2개 이상, 예비 배터리
그라운드시트도 계곡에서는 꽤 중요합니다. 바닥 습기가 올라오는 속도가 일반 노지보다 빠릅니다. 텐트 바닥이 멀쩡해 보여도 아침에 매트 밑이 축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텐트보다 살짝 작은 사이즈로 깔고, 비 예보가 있으면 방수포를 하나 더 챙깁니다. 방수포는 비를 막는 용도도 있지만 젖은 장비를 잠깐 올려두는 작업대 역할도 합니다.
먹거리 준비는 시원함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계곡에 가면 물에 담가두면 다 시원할 것 같죠. 저도 젊을 때 수박, 음료, 맥주를 계곡물에 담가뒀습니다. 그런데 물살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포장 틈으로 물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캠핑장마다 계곡물에 음식물을 담그는 걸 싫어하거나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쓰는 물이니까요.
아이스박스는 계곡 캠핑에서 여전히 필요합니다. 1박이면 20~30L급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고, 3~4인 가족 1박 2일이면 40L 전후가 편합니다. 얼음은 작은 큐브보다 큰 얼음팩이나 2L 생수병 얼린 게 오래갑니다. 저는 고기류는 출발 전날 양념까지 해두고 지퍼백을 이중으로 씁니다. 캠핑장에서 손질을 줄이면 벌레도 덜 꼬이고 쓰레기도 줄어듭니다.
- 하드 아이스박스 또는 보냉가방
- 큰 얼음팩, 얼린 생수병
- 고기와 해산물용 이중 지퍼백
- 집게, 도마, 칼은 용도별로 구분
- 음식물 쓰레기 밀폐통
계곡 캠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정말 신경 써야 합니다. 여름에는 몇 시간만 지나도 냄새가 올라옵니다. 비닐봉지만 묶어두면 벌레가 모이고, 밤에는 주변 동물이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작은 밀폐통 하나 있으면 훨씬 낫습니다. 접이식 제품도 있고, 그냥 김치통 하나 가져가도 됩니다. 장비는 멋보다 기능입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안전 준비물이 짐보다 우선입니다
계곡은 수심이 얕아 보여도 발목에서 갑자기 무릎, 허리까지 꺼지는 곳이 있습니다. 물이 맑아서 더 만만해 보이는데, 돌 사이 이끼가 있으면 성인도 넘어집니다. 아이가 있다면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입니다. 팔튜브만 믿기에는 위험합니다.
구명조끼는 몸무게 범위가 맞아야 합니다. 큰 걸 입히면 물에 떴을 때 턱 위로 올라오고, 작은 건 부력이 부족합니다. 또 물놀이 구역을 어른이 먼저 걸어가 보면서 깊이와 바닥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있는 팀을 가이드할 때 항상 상류와 하류 경계를 먼저 정합니다. 여기서 여기까지만 논다, 이 기준이 있어야 사고가 줄어듭니다.
- 몸무게에 맞는 구명조끼
- 방수 밴드와 소독제
- 벌레 물림 연고
- 휴대용 체온계
- 호루라기 또는 작은 경보용품
응급용품도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방수 밴드, 소독제, 압박붕대, 벌레 물림 연고 정도면 대부분의 작은 상황에 대응됩니다. 계곡에서는 발가락 까짐, 무릎 찰과상, 벌레 물림이 제일 흔합니다. 그리고 물놀이 후 아이가 춥다고 하면 바로 말리고 긴팔을 입히는 게 좋습니다. 조금 더 놀고 싶다는 말에 끌려가면 그날 밤 컨디션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박과 백패킹은 준비물 기준을 다르게 잡아야 합니다
차박으로 계곡을 간다면 수납 여유가 있으니 편의 장비를 조금 챙겨도 됩니다. 접이식 물통, 발 씻는 작은 바가지, 젖은 신발 말릴 메쉬망, 휴대용 선풍기 같은 것들이 은근히 일을 합니다. 특히 물통은 계곡이 옆에 있어도 필요합니다. 설거지, 손 씻기, 간단한 세척은 지정된 개수대나 식수 가능한 물을 써야 하니까요.
백패킹이면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계곡 옆이라고 물 걱정이 없는 게 아닙니다. 마실 수 있는 물인지 모르면 필터나 정수정이 있어야 하고, 비 온 뒤 계곡은 탁도가 올라갑니다. 무게를 줄이려면 의자나 큰 타프보다 침낭 보온, 방수, 신발 안정성을 먼저 챙기는 쪽이 낫습니다.
- 차박: 물통, 메쉬망, 여분 매트, 큰 수건, 보조 배터리
- 오토캠핑: 팩, 방수포, 아이스박스, 조리도구, 랜턴 여유분
- 백패킹: 정수 필터, 경량 방수팩, 여벌 양말, 헤드랜턴, 보온 의류
제가 장비를 오래 쓰면서 느낀 건, 계곡 캠핑 준비물은 많이 챙기는 싸움이 아니라 젖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겁니다. 물놀이 장비만 가득 가져가면 캠핑이 피곤해지고, 반대로 안전과 건조 장비를 챙기면 짐은 비슷해도 하루가 훨씬 편합니다. 계곡은 좋은 자리 잡고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좋은 곳입니다. 괜히 장비 자랑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젖고 미끄러운 환경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가볍게 맞추는 게 오래 다니는 사람들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