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캠핑 요리 추천 메뉴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

지난가을 지리산 자락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옆 사이트는 화려한 바비큐를 차리고 저는 작은 냄비에 버섯밥을 했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이 세져서 옆쪽은 불 조절하느라 바빴고, 저는 밥 뜸 들이는 동안 겉옷을 꺼낼 수 있었죠. 캠핑 요리는 맛도 중요하지만, 추워지고 어두워졌을 때 얼마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느냐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가을 캠핑 요리 추천 메뉴는 짐부터 보고 고릅니다
차를 사이트 바로 옆에 댈 수 있다면 솥밥에 찌개 하나를 더해도 괜찮습니다. 주차장에서 20분만 걸어야 해도 얘기가 달라져요. 물, 연료, 남은 재료까지 다시 짊어져야 하니까요. 백패킹에서는 한 냄비로 끝나는 메뉴가 좋고, 오토캠핑에서는 두 끼에 걸쳐 쓸 수 있는 재료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처음 캠핑할 때는 고기와 채소를 넉넉히 사 가서 절반을 그대로 들고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출발 전에 인원수대로 재료를 나누고, 씻거나 썰 수 있는 것은 집에서 끝냅니다. 버섯은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 밀폐 용기에 담고, 파와 양파는 한 끼 분량씩 나눕니다. 현장에서 도마와 칼을 꺼내는 횟수만 줄여도 저녁 준비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메뉴를 고를 때는 조리 시간보다 설거지거리를 먼저 세어봅니다. 팬, 냄비, 집게, 접시를 모두 써야 하는 요리는 집에서는 쉬워도 찬물 나오는 캠핑장에서는 일이 커집니다. 작은 냄비 하나와 각자 먹을 그릇이면 되는 음식이 가을밤에는 꽤 고맙습니다.
버섯 밤 솥밥은 작은 냄비 하나면 됩니다
두 사람이 먹을 때 쌀 2컵, 물 2컵 조금 넘게, 손질한 밤 4~6알, 버섯 한 줌이면 충분합니다. 쌀은 집에서 씻어 가져가기보다 현장에서 씻는 쪽을 택합니다. 씻은 쌀을 오래 보관하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서요. 물을 넉넉히 쓸 수 없는 곳이라면 즉석밥에 볶은 버섯과 밤을 얹는 방식이 더 편합니다.
쌀은 20분쯤 불리고, 밤을 먼저 얹은 뒤 버섯을 올립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아주 약하게 낮춰 12~15분, 불을 끈 뒤 10분가량 뜸을 들입니다. 바람과 냄비 두께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니 시계만 믿고 방치하면 바닥이 탑니다. 저는 한 번 태워 먹은 뒤로 바람막이를 세우고 끓는 소리를 들으며 불을 줄입니다. 버섯에서 물이 나오므로 평소 밥보다 물을 많이 붓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양념장은 간장 2큰술에 참기름 조금, 잘게 썬 파 한 숟갈이면 됩니다. 달걀이나 고기를 꼭 얹을 필요도 없어요. 밤의 단맛과 버섯 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밤 껍질 까는 일이 귀찮다면 손질된 밤을 쓰거나 아예 빼고 버섯 양을 늘리면 됩니다. 캠핑장에서 지켜야 할 레시피보다 내가 편하게 먹는 방식이 더 쓸모 있습니다.
쌀쌀한 저녁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든든합니다
솥밥만으로 아쉽다면 다음 끼니에 김치찌개를 끓입니다. 두 사람 기준으로 돼지고기 200g, 김치 250g 정도, 두부 반 모, 물 500~600mL를 잡으면 됩니다. 고기와 김치를 냄비에서 먼저 볶고 물을 부어 끓이다가 두부를 넣습니다. 김치 간이 제각각이라 처음부터 양념을 많이 넣지 말고 마지막에 맛을 보세요. 이미 짠 김치라면 물만 보태도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고기를 가져갈 때는 먹을 분량만 밀봉해 냉장 상태를 유지하고, 도착 후 일찍 조리합니다. 아이스박스가 작거나 이동 시간이 길다면 생고기 메뉴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김치와 밀봉된 참치 통조림으로 바꾸면 보관과 손질이 쉬워집니다. 두부도 보관이 애매하면 빼면 그만입니다. 재료 하나를 빼도 성립하는 음식이 현장에서는 강합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끓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은 찌개를 밤새 밖에 두었다가 아침에 다시 끓여 먹는 모습은 흔하지만, 가을밤 기온만 믿고 보관할 일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한 끼에 비울 양을 만드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백패킹이라면 뜨거운 국물과 간단한 간식으로 충분합니다
배낭을 메고 갈 때는 즉석밥 한 개와 건조 채소, 미소 된장 소포장, 물만 챙겨도 따뜻한 한 끼가 됩니다. 물을 끓여 건조 채소를 먼저 불리고 된장을 풀어 국을 만든 뒤 밥을 곁들이면 됩니다. 말린 버섯을 조금 넣으면 가을 느낌이 확 살아납니다. 건조 재료는 가볍지만 물을 다시 채울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코스라면 음식에 쓸 물까지 배낭 무게에 넣어 계산합니다.
간식은 사과 한 알이 의외로 좋습니다. 얇게 썰어 작은 팬에 약불로 굽고 계피가루를 조금 뿌리면 찬 과일보다 먹기 편합니다. 팬을 챙기기 싫으면 그냥 먹으면 되고요. 캠핑 요리라고 매 끼니 특별한 장비와 여러 재료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버너는 텐트와 전실 밖, 평평하고 통풍되는 곳에서 씁니다. 가을에는 바람이 차서 불을 안쪽으로 들이고 싶어지는데, 텐트 안 조리는 화재와 일산화탄소 위험이 큽니다. 바람막이도 버너나 연료통을 지나치게 감싸지 않게 설치하고, 불을 끄기 전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습니다. 제가 오래 다니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저녁은 대개 메뉴가 화려했던 날이 아니라, 해 지기 전에 조리를 끝내고 따뜻한 밥을 천천히 먹었던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