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캠핑 준비물은 장소부터 확인하는 방법

몇 년 전 강가에서 텐트부터 펴려다가 다시 짐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땅은 평평하고 풍경도 좋았는데, 현장 안내판에 야영 금지가 적혀 있었거든요. 노지캠핑 준비물을 챙길 때 제가 맨 먼저 확인하는 건 텐트가 아니라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되는지입니다. 장비를 잘 갖춰도 장소를 잘못 고르면 소용없습니다.
짐 싸기 전에 장소와 철수 길부터 확인한다
노지는 빈 땅이라는 뜻이지, 누구나 야영해도 되는 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지정 장소 밖의 야영을 금지한다고 안내합니다. 산림의 취사와 화기 사용도 장소별 제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도 사진이나 오래된 후기만 믿지 말고, 현장 안내판과 관리 주체의 최신 안내를 출발 전에 확인합니다. 허용 여부가 애매하면 다른 장소를 잡는 편이 낫습니다.
차로 들어간다면 진입로도 봐야 합니다. 낮에는 멀쩡해 보이던 흙길이 비 한 번에 미끄러워질 수 있고, 좁은 길에서는 마주 오는 차를 피할 곳도 없습니다. 저는 차를 세울 자리와 텐트를 칠 자리를 따로 봅니다. 차량 통행을 막지 않는지, 밤에 빠져나올 길은 있는지, 휴대전화가 터지는지도 확인합니다. 민가가 가깝다면 대화 소리와 차량 문 닫는 소리까지 신경 쓰이고요.
물가의 낮은 자리는 보기에는 시원해도 비 예보가 있으면 피합니다. 국민안전24도 비가 오면 계곡물이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상류에 비가 오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 비가 예상되면 물가에서 버티지 말고 일정을 바꾸는 게 맞습니다.
잠자리 장비는 밤 기온에 맞춰 고른다
처음에는 큰 텐트가 편할 줄 알았습니다. 막상 혼자 다니니 설치할 자리 찾기도 어렵고 젖은 텐트를 말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백패킹이라면 인원에 맞는 작은 텐트, 차량 옆에서 잔다면 설치가 쉬운 텐트면 충분합니다. 값보다 먼저 볼 것은 실제 취침 인원, 바람에 버티는 구조, 우천 때 플라이를 제대로 닫을 수 있는지입니다. 출발 전 집 근처에서 한 번 쳐보면 빠진 폴이나 팩도 찾을 수 있습니다.
- 텐트, 팩, 스트링: 바닥 종류에 맞게 챙기고 여분 팩 두어 개를 넣습니다.
- 침낭과 매트: 둘 중 하나만 좋은 걸 사면 춥습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는 매트가 특히 중요합니다.
- 방수 주머니나 큰 비닐봉지: 여벌옷과 침낭을 젖지 않게 따로 넣습니다.
- 헤드랜턴과 예비 전원: 해가 지면 양손이 자유로운 조명이 훨씬 편합니다.
침낭에 적힌 최저 온도만 보고 고른 뒤 새벽에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예상 최저기온을 확인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여유 있게 고릅니다. 계절이 바뀌는 때는 낮 기온보다 새벽 기온과 바람을 기준으로 짐을 쌉니다. 여름에도 젖은 옷을 갈아입을 긴팔 한 벌은 남겨둡니다.
먹을 것과 물은 단순하게 챙긴다
노지에서 요리를 거창하게 하면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도 같이 늘어납니다. 저는 1박이면 미리 손질한 음식 한 끼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 한 끼 정도로 갑니다. 취사가 허용된 곳인지 확인하고, 화기 제한이나 산불 위험이 있으면 버너와 화로대는 꺼내지 않습니다. 모닥불은 캠핑의 필수품이 아닙니다.
- 마실 물: 1인 하루 2리터 안팎을 출발점으로 잡고, 더위와 활동량에 따라 넉넉히 늘립니다. 현장 물을 바로 마실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 간단한 식량과 비상 간식: 조리가 막히거나 일정이 늦어져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고릅니다.
- 컵, 수저, 작은 냄비: 실제 메뉴에 쓰는 것만 넣습니다.
- 쓰레기봉투와 밀폐 봉투: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나눠 담아 되가져옵니다.
설거지 물을 계곡에 흘려보내거나 남은 국물을 땅에 붓는 건 피합니다. 물티슈로 한 번 닦아 봉투에 담아오는 쪽이 짐도 적고 뒤처리도 쉽습니다. 의자, 큰 테이블, 조명 여러 개는 차를 곁에 두고 오래 머물 때나 쓸 만했습니다. 걸어서 들어가는 날엔 대개 집에 두고 갑니다.
안전 물품은 작아도 빼지 않는다
구급 파우치에는 평소 먹는 약, 상처를 씻을 물, 밴드, 거즈, 압박붕대 정도를 넣습니다. 지도는 휴대전화에 미리 저장하고 보조배터리를 챙깁니다. 일행이 있다면 차를 세운 곳과 돌아갈 시간을 서로 알아둡니다. 혼자 갈 때는 가족이나 지인 한 명에게 장소와 귀가 예정 시간을 남깁니다. 이런 물건과 습관이 멋진 장비보다 실제로 쓸 일이 많습니다.
추운 날 텐트 안에서 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압니다. 그래도 화로를 텐트나 차 안에 들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소방청은 밀폐된 공간에서 연료를 쓰는 난방기구의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을 경고합니다. 저는 잠잘 때 연소식 난방기구에 기대기보다 침낭, 매트, 옷으로 보온을 맞춥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기면 곧바로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제 노지캠핑 준비물은 갈수록 짧아졌습니다. 대신 장소를 확인하는 시간은 길어졌죠. 허용된 곳에서 안전하게 자고, 가져간 것은 전부 다시 가져오는 것. 그 정도가 되어야 다음에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