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코펠 내 짐에 맞게 고르는 방법

몇 년 전 1박 백패킹에 코펠을 세 개나 챙긴 적이 있습니다. 물 끓일 것, 국 끓일 것, 커피 마실 것. 막상 산에서는 큰 냄비 하나로 물만 끓이고 나머지 둘은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았죠. 그 뒤로 티타늄 코펠을 고를 때는 먼저 메뉴를 적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제품보다 내가 실제로 뭘 해 먹는지가 훨씬 중요하더군요.
물만 끓일 거라면 티타늄이 편하다
티타늄 코펠의 장점은 가볍고 녹 걱정이 적다는 겁니다. 에버뉴가 공개한 제품 치수를 보면 900㎖짜리 초경량 냄비 본체가 78g인 모델도 있습니다. 다만 광고에서 본 숫자를 그대로 내 짐 무게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뚜껑, 손잡이, 수납 주머니까지 포함한 무게인지 확인해야 해요.
제 식사가 동결건조식품, 컵라면, 커피 위주라면 티타늄 코펠 하나로 충분합니다. 물을 끓여 봉지에 붓는 방식이면 코펠 안을 씻을 일도 거의 없죠. 반대로 볶음밥이나 전을 자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열이 옆으로 퍼지는 속도가 느립니다. 강한 불에 올리면 불꽃이 닿는 자리부터 음식이 눌어붙기 쉬워요. 저도 처음 산 얇은 티타늄 냄비에 카레를 데웠다가 바닥을 한참 문질렀습니다. 요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알루미늄 코펠이나 작은 팬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용량은 표기 숫자보다 실제 물 높이로 본다
혼자 다니며 한 번에 물 300~500㎖를 끓이는 편이라면 600~750㎖급부터 보게 됩니다. 750㎖라고 해서 물을 끝까지 채워 끓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끓어오를 자리와 손으로 들 여유를 남겨야 하니까요. 한 끼에 라면을 냄비째 끓이거나 두 사람 몫의 물을 한 번에 준비한다면 900~1,300㎖급이 덜 답답합니다. 다만 두 사람이라고 무조건 큰 코펠 하나가 답은 아닙니다. 각자 물을 끓이는 일정이라면 작은 코펠 두 개가 동선에 맞을 때도 있습니다.
숫자만 보고 샀다가 겪는 실수는 또 있습니다. 750㎖급 중에는 지름이 좁고 키가 큰 제품이 많습니다. 배낭 옆주머니에는 잘 들어가지만 라면 면발을 넣기 어렵고, 작은 버너 위에서 높이까지 더해지면 불안정할 수 있죠. 넓고 낮은 코펠은 음식 넣고 젓기 편한 대신 배낭 안에서 자리를 더 차지합니다. 저는 매장에서 코펠을 볼 수 있으면 뚜껑을 열어 손을 넣어 보고, 평소 쓰는 버너 받침 위에 바닥이 안정적으로 놓일지도 확인합니다.
가격표보다 손잡이와 수납 구성이 먼저다
예산을 나눠 보면 선택이 편해집니다. 5만원 안팎에서는 용량과 기본 마감부터 살피고, 5만~10만원대에서는 뚜껑 맞물림과 손잡이 잡는 느낌, 안쪽 눈금을 비교합니다. 그 이상을 쓸 생각이라면 몇 g 줄어드는지뿐 아니라 내 버너와 연료통이 실제로 들어가는지까지 따져볼 만합니다. 가격은 판매 시기와 구성에 따라 달라지니 이 구간은 구매 기준 정도로만 보면 됩니다.
특히 수납 사진은 꼼꼼히 봐야 합니다. 작은 가스통이 들어간다고 해도 버너까지 넣고 뚜껑이 닫히는지는 별개예요. 연료통을 넣을 때는 긁힘과 덜그럭거림을 막을 천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펠이 20g 가벼워졌는데 별도 파우치와 컵을 더 챙기면 처음 기대한 만큼 짐이 줄지 않습니다. 손잡이는 접었을 때 흔들리지 않는지, 장갑을 낀 손으로도 잡을 만한지 보세요. 뜨거운 국물이 든 코펠을 들어 올릴 때는 그 차이가 꽤 큽니다.
산에서는 약한 불과 안정된 자리가 낫다
티타늄 코펠로 음식을 데워야 한다면 불을 낮추고 자주 저어 줍니다. 걸쭉한 음식은 물을 조금 넣으면 바닥이 타는 걸 줄일 수 있어요. 빈 코펠을 강한 불에 오래 올려두지 말고, 손잡이와 뚜껑도 금세 뜨거워질 수 있으니 맨손으로 덥석 잡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사용 뒤에는 음식 찌꺼기를 물에 불린 다음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습니다. 바닥에 색이 변한 자국이 생겼다고 거친 도구로 박박 긁을 필요는 없습니다.
버너는 평평하고 단단한 곳에 놓아야 합니다. 특히 가스통 위에 버너를 바로 연결하는 방식은 키 큰 코펠을 올렸을 때 무게중심이 높아집니다. 바람을 막겠다고 바람막이로 가스통까지 둘러싸는 것도 피하세요. 열이 갇혀 가스통이 과열될 수 있습니다. 버너 설명서에 적힌 사용법을 먼저 따르는 게 안전합니다.
제가 지금도 티타늄 코펠을 들고 나가는 날은 물만 끓이는 1박 산행이 대부분입니다. 차박에서 찌개를 끓일 때는 익숙한 넓은 냄비를 씁니다. 두 장비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게 아니라, 그날 먹을 것과 들고 걸을 거리가 제 선택을 바꿉니다. 코펠 하나를 덜어낼 수 있다면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그게 먼저일 때도 많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