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캠핑 준비물 챙길 때 먼저 볼 것들

몇 년 전 10월 산자락 캠핑장에 갔다가 낮 기온만 믿고 얇은 침낭을 가져간 적이 있습니다. 오후엔 반팔로 텐트를 쳤는데, 새벽에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때문에 두 시간마다 깼어요. 가을캠핑 준비물은 짐을 많이 싣는 것보다 밤에 추워지는 순서대로 챙기는 게 낫습니다. 캠핑 20년 다니며 제가 끝까지 차에 남겨둔 물건도 대부분 잠자리와 방풍에 쓰는 것들이었습니다.
낮 기온보다 새벽 기온을 보고 짐을 싼다
가을에는 같은 날에도 낮과 새벽의 체감이 꽤 다릅니다. 출발 전에는 캠핑장과 가까운 지역의 시간대별 예보를 보고, 예약한 자리의 고도와 바람 노출도 함께 확인합니다. 평지의 맑은 낮을 기준으로 옷을 고르면 산자락이나 강가에서 곤란해지기 쉽거든요. 비 예보가 없어도 밤새 이슬이 맺힐 수 있으니 젖은 장비를 담을 큰 봉투 한두 장도 챙깁니다.
옷은 두꺼운 외투 한 벌보다 얇은 옷을 겹쳐 입는 편이 움직이기 편합니다. 땀을 흘렸을 때 갈아입을 상의, 보온층, 바람을 막을 겉옷, 여벌 양말을 기본으로 둡니다. 면 티셔츠는 땀에 젖으면 오래 축축해서 저는 걷는 날엔 잘 안 입습니다. 백패킹이라면 여벌 바지보다 마른 양말과 잠잘 때 입을 상의를 먼저 넣어요. 차박이라도 잠옷을 따로 두면 낮에 입은 옷의 습기를 침구로 가져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침낭보다 먼저 바닥 냉기를 막는다
초보 때 제가 가장 많이 본 실수는 두꺼운 침낭을 사고 얇은 매트 하나로 버티는 겁니다. 몸무게에 눌린 침낭 아랫면은 부풀어 있지 못해서 바닥의 찬 기운을 충분히 막아주지 못합니다. 매트의 단열 성능을 나타내는 R값을 확인하고, 추위에 약하거나 새벽 기온이 영하권에 가까우면 단열 여유를 더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품마다 표기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숫자 하나만 보지 말고 실제 사용 후기도 함께 보세요.
침낭은 이름에 붙은 ‘극한’ 온도보다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온도 표기를 보는 게 맞습니다. 사람마다 추위를 타는 정도가 달라서, 저는 예상 최저기온보다 여유 있는 침낭을 가져갑니다. 부족하면 얇은 담요를 더하고, 모자와 마른 양말을 신고 잡니다. 핫팩은 보조 수단이지 잠자리 단열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피부에 오래 닿으면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옷이나 천으로 감싸서 씁니다.
돈을 쓴다면 순서도 중요합니다. 입문용 저가 매트는 온화한 날 짧게 써보고, 가을에 자주 나갈 생각이면 단열 성능이 확인되는 중간 가격대 매트로 올라가는 게 낫습니다. 고가 침낭은 무게와 부피를 줄여야 하는 백패킹에서 값어치를 합니다. 차에 싣고 다니는 캠핑이라면 비싼 초경량 침낭보다 넉넉한 침구와 좋은 매트가 더 편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초경량 침낭을 먼저 샀다가, 결국 매트를 바꾸고 나서야 잠을 제대로 잤습니다.
바람과 비에는 설치 위치가 장비만큼 중요하다
가을 바람은 해가 진 뒤 더 성가십니다. 텐트는 팩을 끝까지 박고, 팩이 잘 안 잡히는 땅이라면 위치를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출입구가 바람을 정면으로 받지 않게 돌리고, 바닥이 움푹 패여 빗물이 모일 자리도 피합니다. 나무 아래는 낭만 있어 보이지만 강풍 예보가 있으면 낙지나 위험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예약할 때 사진 속 데크 크기뿐 아니라 진입로 경사와 주차 위치도 봅니다. 장비를 여러 번 옮겨야 하는 자리라면 준비물 하나가 더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타프는 무조건 챙기지 않습니다. 짧은 1박이고 비 소식이 없다면 설치와 철수에 쓰는 시간만 늘 수 있어요. 반대로 비 가능성이 있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다면 쓸모가 큽니다. 작은 방수포, 여분의 가이라인, 장갑, 헤드랜턴은 부피에 비해 도움을 많이 줍니다. 특히 헤드랜턴은 해가 짧아지는 계절에 필수입니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팩을 찾다가 손을 베는 사람을 여러 번 봤습니다.
난방 도구보다 환기와 철수 계획을 챙긴다
추우면 버너나 난로를 텐트 안으로 들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연료를 태우면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취침 중에는 연소식 난방 기구를 켜두지 않고, 사용이 허용된 공간에서도 환기와 제조사 지침을 지킵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경고를 받기 위한 장비이지 환기나 안전한 사용법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전기장판을 쓴다면 캠핑장의 전력 제한과 전선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음식도 조금 줄여 가져갑니다. 가을엔 해가 빨리 져서 복잡한 요리 두세 가지를 만들다 보면 설거지를 어두운 데서 하게 돼요. 저는 첫날 저녁 한 끼만 제대로 준비하고, 아침은 물만 끓이면 먹을 수 있게 챙깁니다. 식수와 간식은 이동 시간보다 약간 넉넉하게 두되,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음식은 보냉 상태를 확인합니다. 젖은 텐트를 넣을 봉투와 쓰레기봉투까지 챙겨야 철수할 때 차 안이 덜 어수선합니다.
출발 직전에는 침낭과 매트, 마른 옷, 조명, 물, 구급용품을 한 번만 다시 봅니다. 날씨가 예상보다 나빠지면 일찍 접고 돌아오는 것도 캠핑 실력입니다. 가을캠핑 준비물을 오래 써보니, 사진에 잘 나오는 물건보다 새벽에 편히 자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는 물건이 결국 손에 남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