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캠핑 준비물 리스트 짜는 방법, 짐 줄이고 빠뜨리지 않으려면 이렇게

얼마 전 초보 캠퍼 한 팀하고 1박 캠핑을 같이 갔는데, 트렁크를 여는 순간 이미 캠핑 절반은 진 느낌이 들더군요. 랜턴만 5개, 컵은 8개, 담요는 집 이불까지 챙겼는데 정작 팩망치가 없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건 다 사놓고, 막상 현장에서는 못 쓰거나 안 쓰는 물건이 절반이었죠. 캠핑 준비물 리스트는 물건을 많이 적는 종이가 아니라, 내 캠핑 방식에 맞게 빠질 것과 남길 것을 고르는 기준표에 가깝습니다.
캠핑 준비물 리스트는 잠자리부터 잡아야 합니다
캠핑에서 제일 먼저 챙길 건 먹을거리보다 잠자리입니다. 밥 한 끼는 대충 때울 수 있어도, 밤에 춥거나 젖으면 다음 날 컨디션이 바로 무너집니다. 특히 초봄이나 늦가을에는 낮 기온만 보고 장비를 줄였다가 밤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이나 계곡 쪽 캠핑장은 해 떨어지면 체감온도가 5도 이상 낮게 느껴질 때도 흔합니다.
- 텐트 또는 쉘터: 인원수보다 설치 난이도를 먼저 봅니다. 2인 캠핑이면 3인용 정도가 여유롭습니다.
- 그라운드시트: 바닥 습기와 오염을 막아줍니다. 텐트 바닥보다 살짝 작게 쓰는 게 빗물 고임을 줄입니다.
- 매트: 두께보다 단열값이 중요합니다. 겨울이나 간절기에는 얇은 자충매트 하나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침낭: 계절 표시만 믿지 말고 comfort 온도를 봅니다. 추위를 많이 타면 표시 온도보다 여유 있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 베개와 여벌 옷: 베개는 작은 에어 베개 하나면 충분하고, 여벌 옷은 잠잘 때 입을 마른 옷으로 따로 빼두는 게 좋습니다.
초보 때 많이 하는 실수가 텐트는 비싼 걸 사고 매트는 대충 사는 겁니다. 실제로 밤잠을 좌우하는 건 텐트보다 바닥 냉기입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침낭만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취사 장비는 메뉴를 정한 뒤에 챙깁니다
캠핑 준비물 리스트를 짤 때 코펠, 버너, 그리들, 화로대부터 적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순서는 반대가 편합니다. 먼저 메뉴를 정하고, 그 메뉴에 필요한 조리 도구만 챙기면 됩니다. 라면과 고기 정도면 장비가 단순해지고, 전골이나 튀김을 하겠다면 물과 설거지, 쓰레기까지 같이 늘어납니다.
- 버너와 연료: 1박이면 가스 1개로 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온이 낮으면 예비 1개를 넣습니다.
- 코펠 또는 냄비: 냄비 1개, 팬 1개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겹치는 조리도구는 짐만 됩니다.
- 칼과 도마: 접이식 칼보다 집에서 손질해 가는 게 더 편할 때가 많습니다.
- 식기: 인원수만큼만 챙깁니다. 접시를 많이 가져가면 설거지도 같이 늘어납니다.
- 물: 씻는 물과 마시는 물을 나눠 생각합니다. 초보 2인 1박이면 최소 6리터 정도는 잡는 게 마음 편합니다.
- 쓰레기봉투와 키친타월: 이 둘은 매번 쓸 일이 생깁니다. 특히 기름 닦을 키친타월은 넉넉한 게 낫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캠핑 요리를 크게 벌이면 피곤합니다. 불 피우고, 사진 찍고, 설거지하고, 남은 음식 처리하다 보면 쉬러 갔는지 일하러 갔는지 헷갈립니다. 첫 캠핑은 메뉴 2개면 충분합니다. 저녁 하나, 아침 하나. 커피까지 욕심내면 그 정도가 딱 좋습니다.
안전 장비는 작아도 빼면 안 됩니다
캠핑 장비 중에서 평소엔 제일 존재감이 없고, 사고 날 때만 값어치를 하는 게 안전 장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뺍니다. 근데 20년 다녀보니 진짜 필요한 건 화려한 장비보다 작은 안전 물건들이었습니다. 특히 아이와 가거나 비 오는 날, 바람 센 날에는 차이가 큽니다.
- 헤드랜턴: 양손이 비는 게 중요합니다. 밤에 팩줄 확인하거나 화장실 갈 때 손전등보다 훨씬 편합니다.
- 구급 파우치: 밴드, 소독솜, 진통제, 벌레 물림 약, 개인 복용약 정도는 고정으로 넣어둡니다.
- 장갑: 장작, 팩, 뜨거운 냄비를 만질 때 씁니다. 얇은 면장갑 하나라도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 소화 도구: 작은 소화기나 방화수, 젖은 수건이라도 가까이 둡니다. 화로대 옆에 두는 게 포인트입니다.
- 보조 배터리: 휴대폰은 지도, 연락, 조명 역할까지 합니다. 추운 날엔 배터리가 더 빨리 닳습니다.
- 여분 팩과 스트링: 바람 부는 날에는 기본 구성품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화로대를 쓴다면 바닥 상태도 봐야 합니다. 데크 위에서는 받침을 제대로 쓰고, 흙바닥이라도 마른 낙엽 근처는 피해야 합니다. 바람이 강한 날 불멍을 포기하는 것도 경험입니다. 아까운 장작보다 텐트 한 동이 훨씬 비쌉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준비물이 있습니다
같은 캠핑 준비물 리스트라도 7월과 11월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름에는 더위와 벌레, 비가 문제고 겨울에는 냉기와 결로, 연료가 문제입니다. 계절 장비는 없으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캠핑을 접고 돌아오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봄과 가을
봄가을은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춥습니다. 이때 얇은 패딩, 비니, 두꺼운 양말 하나가 꽤 큰 역할을 합니다. 침낭만 믿지 말고 잠잘 때 입을 옷을 따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비 예보가 애매하면 우비나 방수 재킷을 넣고, 텐트 말릴 큰 비닐봉투도 하나 챙기면 철수할 때 편합니다.
여름
여름 캠핑은 시원한 곳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벌레와 습도가 더 귀찮습니다. 모기향, 벌레 기피제, 타프, 선풍기, 얼음 보관용 쿨러가 기본입니다. 계곡 캠핑장은 밤에 습기가 올라오니 바닥 방수도 신경 써야 합니다. 음식은 상하기 쉬워서 고기는 먹을 만큼만 소분하고, 아이스팩은 위아래로 넣는 게 좋습니다.
겨울
겨울은 난방보다 단열이 먼저입니다. 난로가 있어도 바닥이 차가우면 계속 춥습니다. 두꺼운 매트, 러그, 동계 침낭, 여분 가스, 장갑, 핫팩을 챙깁니다. 난로를 쓰는 캠핑이라면 환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선택이 아닙니다. 잠잘 때 난로를 켜두는 방식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차박과 백패킹은 리스트가 다릅니다
차박은 차가 창고 역할을 해주니 어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도 차 안에서 자는 공간과 짐 공간이 겹치면 밤에 아주 답답합니다. 차박 준비물은 평탄화 매트, 창문 가림막, 환기망, 침구, 실내등, 간단한 취사 도구 정도로 시작하면 됩니다. 의자와 테이블은 밖에서 쉴 시간이 있을 때만 챙겨도 됩니다.
백패킹은 기준이 훨씬 빡빡합니다. 배낭 무게가 몸으로 바로 옵니다. 보통 초보는 물과 식량 포함 12kg 안쪽을 목표로 잡는 게 낫고, 체력이 좋더라도 처음부터 15kg을 넘기면 산행이 캠핑을 잡아먹습니다. 텐트, 침낭, 매트, 버너, 물, 방한복, 우비, 헤드랜턴, 구급품이 우선이고, 감성 소품은 마지막입니다.
- 오토캠핑: 편의성 중심. 의자, 테이블, 쿨러, 화로대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 차박: 수납과 환기 중심. 잘 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 백패킹: 무게 중심. 같은 기능이면 작고 가벼운 쪽이 오래 갑니다.
저는 초보에게 처음부터 풀세트를 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1박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건 빌리고, 두세 번 다녀온 뒤에 자주 쓰는 것부터 사는 게 낫습니다. 캠핑 준비물 리스트도 다녀올 때마다 고쳐야 합니다. 안 쓴 물건은 표시해두고, 없어서 불편했던 물건은 바로 적어두면 다음 짐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좋은 장비는 비싼 장비가 아니라, 내 차 트렁크와 내 허리와 내 캠핑 습관에 맞는 장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