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캠핑 준비물은 밤 기온부터 맞추는 방법

몇 해 전 11월 초에 낮 기온만 보고 가볍게 짐을 꾸렸다가 밤새 잠을 설친 적이 있습니다. 해가 있을 땐 긴팔 하나로 버틸 만했는데, 저녁 먹고 의자에 앉으니 발끝부터 차가워지더군요. 침낭은 두꺼웠지만 바닥에 깐 매트가 얇았습니다. 11월 캠핑 준비물은 옷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어디서 열이 빠져나가는지 보고 챙겨야 합니다.
짐 싸기 전 밤 기온과 바닥부터 본다
11월이라고 해도 바닷가, 산자락, 도심 근처 캠핑장의 밤은 다릅니다. 출발 하루 전에는 캠핑장 주변의 시간대별 예보에서 최저기온과 바람, 강수 여부를 확인합니다. 낮 최고기온만 보면 짐이 꼭 부족해집니다. 저는 예상 최저기온이 5도 안팎이면 평소 가을 장비를 그대로 들고 가지 않습니다. 바람이 강하거나 비가 오면 체감은 더 추워지니, 그날 몸 상태와 동행자의 추위 타는 정도까지 봅니다.
잠자리에서는 침낭보다 매트가 먼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땅의 냉기가 등을 통해 계속 올라오거든요. 침낭 표시를 볼 때도 ‘극한’ 수치에 기대지 말고 쾌적하게 잘 수 있는 온도 범위를 확인하세요. 매트의 단열 성능이 낮다면 기존 폼 매트를 한 장 더 깔거나 단열 성능이 맞는 매트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서 쓰던 얇은 은박 돗자리 한 장으로 11월 밤을 버티겠다는 생각은 접는 게 좋습니다.
텐트도 크기보다 상태가 중요합니다. 출발 전에 이너텐트와 플라이를 펼쳐 지퍼, 폴, 스트링, 팩을 확인합니다. 젖은 바닥을 피하려고 깔아 둔 방수포가 텐트 밖으로 튀어나오면 빗물을 오히려 텐트 아래로 모을 수 있습니다. 방수포 가장자리는 텐트 바닥 안쪽으로 넣습니다. 팩은 지면에 맞는 걸 챙기고, 바람 예보가 있으면 스트링도 빠짐없이 설치할 생각으로 가야 합니다.
입을 옷은 두께보다 갈아입을 순서가 중요하다
11월에는 땀을 식히지 않는 게 관건입니다. 설치할 때 두꺼운 패딩을 입으면 금방 덥고, 그 상태로 앉으면 순식간에 식습니다. 저는 움직일 때 얇은 기능성 상의와 가벼운 겉옷을 입고, 쉬는 순간 보온용 재킷을 꺼냅니다. 면 티셔츠는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 잠옷으로도 피하는 편입니다.
- 몸에 닿는 옷: 땀을 빨리 말리는 상·하의 한 벌과 취침용 마른 옷 한 벌
- 보온 옷: 플리스나 경량 패딩, 바람을 막는 겉옷
- 작은 방한용품: 두꺼운 양말, 비니, 장갑, 목을 덮을 수 있는 옷
- 젖을 때를 대비한 것: 여벌 양말과 옷을 넣을 방수 봉투
특히 양말은 두 켤레로 버티려다 후회하기 쉽습니다. 발이 젖었거나 땀이 찼다면 자기 전에 마른 양말로 갈아신어야 합니다. 핫팩은 있으면 편하지만 젖은 옷과 얇은 매트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피부에 오래 직접 대고 자면 저온 화상도 생길 수 있어 침낭 속에 넣을 때 조심합니다.
난방 장비보다 먼저 챙길 안전 물건
초보 때는 난로 하나면 추위가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막상 써보니 연료, 환기, 설치 공간까지 신경 쓸 일이 늘더군요. 숯이나 화로는 텐트와 차 안에 들이지 않습니다. 잠자는 공간에서 연소식 난방기를 켜두고 자는 것도 위험합니다. 소방청은 밀폐된 텐트와 캠핑카에서의 화기 사용,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을 거듭 알리고 있습니다. 난로를 쓰는 일정이라면 제품 설명서와 캠핑장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챙겨 작동 상태와 배터리를 점검합니다. 경보기가 있다고 환기를 생략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전기장판이나 전기담요를 쓸 때도 전기 공급 여부와 캠핑장 사용 가능 용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릴선은 감긴 채로 쓰지 말고 완전히 풀어 과열을 피합니다. 젖은 바닥에 연결부가 닿지 않도록 두고요. 저는 밤에 화장실 갈 때 쓸 헤드랜턴을 침낭 옆에 둡니다. 11월에는 해가 일찍 져서 텐트 줄에 발이 걸리기 쉽습니다. 작은 랜턴 하나가 큰 조명보다 요긴한 순간이 있습니다.
먹을 것과 캠핑장 동선은 간단하게 잡는다
찬바람 부는 날에는 요리를 세 가지씩 벌이지 않는 게 낫습니다. 해 지기 전에 설치와 식사를 끝낼 수 있게 한 냄비 음식이나 미리 손질한 재료를 챙깁니다. 버너는 바람막이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쓰고, 큰 조리기구가 가스 용기를 덮어 과열시키지 않게 합니다. 물은 끓여 마실 것까지 계산해 여유 있게 가져가고, 따뜻한 음료를 담을 보온병도 쓸모가 있습니다. 취침 전 따뜻한 물을 담은 보온 물주머니를 쓴다면 뚜껑을 확인하고 수건으로 감싸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합니다.
장비값은 쓰는 방식에 따라 갈립니다. 한두 번 가볼 생각이라면 값비싼 겨울용 텐트부터 살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가진 텐트의 상태를 확인하고, 매트와 침낭처럼 수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장비에 예산을 먼저 쓰는 편이 낫습니다. 자동차를 옆에 댈 수 있는 캠핑이라면 여벌 담요를 차에 두면 되고, 백패킹이라면 무게가 늘어나는 난방기보다 단열 좋은 매트와 마른 옷 한 벌이 현실적입니다. 제가 창고에 쌓아뒀던 물건도 대부분 ‘언젠가 쓰겠지’ 하고 산 것들이었습니다.
예약할 때는 화장실과 개수대 거리만 보지 말고 진입로, 사이트의 바람 노출, 밤 소음도 확인합니다. 늦가을 비가 온 뒤 흙길이 미끄러운 곳도 있고, 계곡 옆 사이트는 물소리가 좋아도 밤에 냉기가 내려앉습니다. 처음 11월 캠핑을 간다면 차를 가까이 세울 수 있고 전기 사용 조건이 분명한 곳이 한결 편합니다. 짐 목록의 마지막에는 귀가할 때 젖은 텐트와 쓰레기를 따로 담을 봉투도 넣어둡니다.
제 11월 가방에는 새 장비보다 마른 양말, 믿을 만한 매트, 작동하는 랜턴이 먼저 들어갑니다. 밤 기온에 맞춰 잠자리를 만들고 화기만 조심해도, 차가운 아침 공기를 꽤 기분 좋게 맞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