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벨 백패킹 배낭 내 짐에 맞게 고르는 방법

예전에 1박 백패킹을 가면서 55L 배낭을 꽉 채운 적이 있습니다. 공간이 남으니 접이식 의자에 여벌 옷까지 넣게 되더군요. 오르막에서 어깨가 아픈 건 배낭 탓인 줄 알았는데, 돌아와 짐을 풀어 보니 안 가져가도 될 물건이 수두룩했습니다. 몽벨 백패킹 배낭을 고를 때도 저는 모델부터 보지 않습니다. 먼저 평소 가져가는 짐을 바닥에 펼쳐 놓습니다.
리터 수는 숙박 일수보다 짐의 부피로 고릅니다
같은 1박이라도 산장에 자는 사람과 텐트를 치는 사람의 짐은 다릅니다. 몽벨은 산장 숙박용 배낭을 고르는 기준으로 30~40L를 안내합니다. 침낭과 방한복, 식량은 챙기되 텐트와 취사 장비가 빠지는 구성이죠. 반면 텐트, 매트, 버너까지 넣는 백패킹이라면 그 숫자만 보고 30L를 사기엔 빠듯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안내할 때는 배낭을 사기 전에 실제 장비를 한 번에 모아 보라고 합니다. 침낭을 압축한 크기, 매트가 배낭 안에 들어가는지 밖에 달아야 하는지, 물을 몇 리터 가져갈지가 먼저입니다. 여름에 작고 가벼운 장비로 1박을 다닌다면 30~40L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두꺼운 겨울 침낭과 방한복을 쓰거나 물을 넉넉히 실어야 하는 코스라면 더 큰 용량을 검토해야 하고요. 용량을 맞추려고 침낭을 지나치게 눌러 넣거나 필수 방한복을 빼는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첫 배낭은 조금 넉넉한 게 편하다는 말도 맞을 때가 있습니다. 다만 10L 여유가 생겼다는 이유로 물건을 더 넣으면 배낭이 금세 무거워집니다. 제 경우 1박 짐을 줄일 때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새 배낭을 사는 일보다 안 쓰는 조리 도구와 여벌 옷을 빼는 일이었습니다.
가벼운 모델과 편하게 메는 모델은 용도가 다릅니다
몽벨 제품군을 보면 버사라이트 팩 30처럼 배낭 자체 무게를 크게 줄인 모델이 있고, 트레킹 팩 30·40처럼 등판과 멜빵 조절 기능을 갖춘 모델도 있습니다. 몽벨의 제품 설명상 트레킹 팩 40은 등판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팩 커버도 들어 있습니다. 버사라이트 팩 30은 약 395g으로 훨씬 가볍습니다. 숫자만 보면 가벼운 쪽에 손이 가지만, 메고 걸을 때의 느낌까지 숫자 하나로 알 수는 없습니다.
초경량 배낭은 이미 텐트와 침낭, 취사 도구까지 가볍게 맞춘 사람에게 잘 어울립니다. 짐이 무겁거나 모양이 들쭉날쭉하면 얇고 단순한 배낭에서 어깨와 허리에 하중이 어떻게 걸리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등판이 든든한 배낭은 빈 상태의 무게가 늘어도 짐을 실었을 때 편한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배낭 무게 몇백 그램을 아끼려다 물과 식량을 넣은 뒤 어깨가 아파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엔 빈 배낭의 무게보다 내 짐을 넣고 걷는 느낌을 먼저 봅니다.
비싼 모델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가격 차이가 나는 기능 중에는 내 산행에 쓸 일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얼음도끼 고정 장치가 필요한 코스를 가지 않는다면 그 기능은 구매 이유가 되지 않죠. 대신 물병을 걸으며 꺼낼 수 있는지, 자주 쓰는 우의를 어디에 넣을지처럼 매번 겪는 불편부터 따지는 편이 낫습니다.
매장에서는 짐을 넣고 15분쯤 걸어봅니다
빈 배낭을 잠깐 메면 대부분 괜찮습니다. 가능하면 매장 직원에게 무게추를 부탁하거나, 평소 짐과 비슷한 무게를 넣어 보세요. 저는 허리벨트를 골반 위에 먼저 고정하고 어깨끈을 당긴 다음, 매장 안을 15분쯤 걸어봅니다. 허리벨트를 조였는데도 배낭 무게가 계속 어깨로 쏠리거나, 어깨끈이 겨드랑이를 누르면 길이와 모양을 다시 봅니다.
등판 길이도 중요합니다. 키가 같아도 몸통 길이는 다릅니다. 조절되는 모델이라면 판매 표기만 읽고 끝내지 말고 실제로 맞춰 봐야 합니다. 여성용 모델 역시 성별 표시만 보고 고를 일이 아닙니다. 어깨 폭과 허리벨트 형태가 몸에 맞는지가 우선입니다. 멜빵을 끝까지 당겨야 겨우 밀착되는 배낭이라면 산길에서 옷을 한 겹 더 입었을 때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짐을 넣는 순서도 착용감에 영향을 줍니다. 침낭처럼 가볍고 부피 큰 물건은 아래쪽에, 무거운 물과 식량은 등에 가까운 가운데에 둡니다. 무거운 물건을 배낭 맨 바깥쪽에 넣으면 뒤로 당기는 느낌이 커집니다. 매장에서 한 번 메어 보고 괜찮았던 배낭도 집에서 실제 장비로 채운 뒤 동네를 걸어 보면 인상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구매 직후 산으로 바로 가기보다 이 과정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
비와 외부 수납은 편의보다 안전을 먼저 봅니다
팩 커버가 들어 있는 모델이라도 침낭과 보온 옷은 별도 방수 주머니에 넣습니다. 커버는 빗물을 줄여 주지만 바람에 비가 옆으로 들이치거나 배낭을 젖은 바닥에 내려놓는 상황까지 막아 주진 못합니다. 저는 비를 가볍게 보고 침낭 포장까지 생략했다가 축축한 침낭으로 밤을 보낸 뒤로 이 습관을 들였습니다.
매트나 텐트를 바깥에 매달 때는 좌우 균형과 흔들림을 확인합니다. 가지에 걸릴 만큼 넓게 튀어나오거나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면 좁은 산길에서 피곤해집니다. 물병, 우의, 헤드랜턴처럼 바로 꺼낼 물건은 위치를 정해 두되, 주머니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배낭을 고르진 않습니다. 주머니가 늘면 어디에 넣었는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몽벨 백패킹 배낭 중 무엇이 맞는지는 결국 내가 매번 지고 다닐 짐이 알려 줍니다. 가벼운 배낭이 잘 맞는 날도 있고, 조금 무거워도 허리에 안정적으로 얹히는 배낭이 편한 날도 있습니다. 제 창고에 쌓였던 장비를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모델을 발견했을 때 하루만 더 내 짐을 살펴보는 게 돈도 어깨도 아끼는 방법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