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차박 처음 간다면 자리부터 고르는 방법

몇 해 전 속초에 갔을 때 바다 바로 앞에 차를 세우면 잠도 잘 올 줄 알았습니다. 새벽 내내 바람이 차를 흔들고, 해 뜨기 전에는 드나드는 차량 소리에 몇 번이나 깼죠. 그 뒤로 속초 차박을 준비할 때는 바다가 얼마나 가까운지보다 그 자리에서 자도 되는지, 밤에 버틸 만한지를 먼저 봅니다.
바다 앞 주차장과 차박 자리는 다릅니다
속초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은 해변을 걷거나 장을 보고 돌아올 때 쓰기 좋은 곳입니다. 속초시시설관리공단 안내에는 비수기 하루 주차요금 8천 원, 여름 성수기인 7~8월에는 1만 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요금을 냈다고 그곳이 차박 자리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공영주차장에서 야영하거나 취사하고 불을 피우는 행위는 주차장법상 금지됩니다. 현장 안내판에 별도 제한이 있다면 그것도 확인해야 하고요.
특히 해변 주차장에 차를 댄 뒤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는 순간 주변 사람이 보기에도 캠핑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 됩니다. 저는 낮에는 공영주차장에 세워 두고 해변을 걷다가, 잘 시간이 되면 예약한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편입니다. 화장실과 쓰레기 처리까지 생각하면 초보에게도 훨씬 수월합니다. 항구 주변이나 한적한 길가도 빈자리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밤을 보낼 곳으로 잡지 않습니다. 어민 차량의 통행이나 새벽 작업을 막을 수 있어서입니다.
속초에서 차 안에서 자려면 구역을 보고 예약합니다
속초시국민여가캠핑장은 해오름로 쪽에 있는 오토캠핑장입니다.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이 안내한 이용료는 1일 1차량 기준 비수기 3만 5천 원, 성수기 4만 5천 원입니다. 캠핑장 성수기에는 여름 7~8월뿐 아니라 단풍철인 10월도 들어갑니다. 주차장보다 돈은 더 들지만, 잠자리로 운영되는 곳을 예약한다는 차이가 큽니다.
여기서 예약 화면을 대충 보면 낭패를 봅니다. 국민여가캠핑장 안내상 1·2구역은 텐트만 사용할 수 있고, 3·4구역은 차박이 가능한 구역입니다. 5·6·7구역은 세부 자리마다 가능한 장비가 다릅니다. 캠핑카나 트레일러가 가능한 자리도 일반 승용차 차박 자리와 구분돼 있습니다. 차 안에서 잘 생각이라면 결제 전에 예약한 자리 번호의 허용 장비를 확인하세요. 입장은 당일 밤 10시까지 마쳐야 한다는 안내도 있으니, 늦게 도착할 계획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설악산 쪽으로 일정을 잡는 분은 설악동 야영장도 많이 떠올립니다. 다만 국립공원공단의 야영장 이용정책에는 설악동 야영장 전체가 차박 불가능 영지로 표시돼 있습니다. 자동차가 들어가는 야영장이라는 이름만 보고 차 안에서 자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대목입니다. 설악산을 걷고 차에서 잘 계획이라면 숙박 장소를 따로 잡아야 합니다.
자리 사진보다 진입과 밤 소음을 먼저 봅니다
속초는 바다 구경하러 가는 곳이라 해변 가까운 자리에 마음이 쏠립니다. 그런데 잠잘 때는 풍경보다 바람 방향, 차량 출입, 화장실까지 걷는 거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제가 예약 화면에서 먼저 보는 건 차를 대는 방향과 옆자리 간격입니다. 뒤문을 열어 짐을 꺼내야 하는 차라면 차량 뒤쪽에 움직일 공간이 있는지도 살핍니다. 어닝이나 도킹텐트를 쓴다면 허용 구역인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해 지기 전에 한 번 걸어 봅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턱이 있는지, 밤에 켜지는 조명이 차 안으로 바로 들어오는지, 출입로 바로 옆 자리는 아닌지 봅니다. 저는 예전에 사진상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가 출입 차량의 전조등을 밤새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전망 좋은 가장자리보다 조용한 안쪽 자리를 고를 때가 많습니다.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바다도 즐겁습니다.
장비는 적게 챙기되 추위와 환기는 빼먹지 않습니다
속초 차박을 처음 한다면 비싼 평탄화 장비부터 살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집 근처에서 뒷좌석을 접고 20분쯤 누워 보세요. 허리나 어깨가 뜨는 곳이 어디인지 금방 압니다. 바닥에는 집에 있는 접이식 매트나 두툼한 매트를 먼저 써 보고, 틈이 거슬릴 때만 보강재를 사는 편이 돈을 덜 씁니다. 창 가림막도 완제품을 사기 전에 크기를 재야 합니다. 창문을 조금 열었을 때도 고정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제가 기본으로 챙기는 건 몸에 맞는 침구, 여벌 양말, 헤드랜턴, 물, 쓰레기봉투 정도입니다. 바닷가에서는 낮에 덥다가 밤에 바람이 차가워질 수 있어 계절보다 한 겹 따뜻하게 준비합니다. 엔진을 켜 둔 채 자거나 차 안에서 버너와 난로를 쓰는 건 피합니다. 일산화탄소는 냄새로 알아차릴 수 없고, 작은 차 안에서는 사고가 빠르게 커집니다. 창문은 비와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쪽으로 조금 열어 환기하고,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챙깁니다. 경보기가 있어도 차 안에서 불을 쓰지 않는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저녁은 캠핑장 규정이 허용하는 자리에서 간단히 먹거나 시내에서 해결하는 편입니다. 장비를 여러 개 펼치면 접는 데도 오래 걸리고, 바닷바람에 날리는 물건을 붙잡느라 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특히 다음 날 일찍 이동한다면 취사 장비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편했습니다. 젖은 물건과 쓰레기는 봉투를 나눠 담아 차에 싣고 나옵니다.
속초에서는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자는 장면보다, 밤새 푹 자고 아침에 가볍게 해변을 걷는 시간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예약한 구역이 차박을 허용하는지만 분명히 확인해 두면, 나머지는 짐을 조금 덜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