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캠핑 준비물 실패 없이 챙기는 방법

몇 년 전 초여름, 비 예보를 보고도 평소 짐 그대로 산속 캠핑장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텐트는 멀쩡했는데 여벌 옷을 넣은 가방이 젖었어요. 바닥에 내려놓은 채 사이트부터 잡느라 지퍼 사이로 빗물이 들어간 겁니다. 그날 배운 건 비싼 방수 장비보다 젖으면 곤란한 물건을 어디에 두는지가 먼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중 캠핑 준비물은 평소 장비에 우비와 타프만 더한 목록이 아닙니다. 설치할 때 몸을 덜 적시고, 밤에는 침낭을 마르게 지키고, 철수할 때 젖은 물건을 따로 담기 위한 짐입니다. 저는 비 소식이 있으면 장비를 늘리기 전에 캠핑장 진입로와 사이트 바닥부터 확인합니다.
출발 전에는 비의 양보다 땅과 진입로를 본다
비가 조금 온다는 예보만 보고 안심했다가 배수 안 되는 흙바닥에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비라도 자갈 사이트는 물이 빠지고, 낮게 파인 흙 사이트는 텐트 주변에 물이 고입니다. 예약할 때는 사이트가 주변보다 낮은지, 물이 빠질 길이 있는지, 차가 들어가는 길에 급경사나 깊은 흙길이 있는지 묻습니다. 캠핑장 사진에 시설은 잘 보여도 비 오는 날 진입로 상태는 잘 안 보이거든요.
하천 바로 옆이나 물길처럼 패인 자리도 피합니다. 상류에 비가 많이 오면 내 자리의 하늘이 잠깐 개어도 물이 불어날 수 있습니다. 강한 비, 천둥·번개, 산사태 위험이 예상되면 장비 목록을 손볼 때가 아니라 일정을 바꿀 때입니다. 특히 산에서는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날씨와 대피 경로를 다시 봅니다.
설치할 때 바로 꺼낼 물건을 맨 위에 둔다
제 가방 맨 위에는 우비, 방수된 헤드랜턴, 팩과 망치, 마른 수건 한 장이 있습니다. 차박이든 백패킹이든 비를 맞으며 짐을 전부 펼치면 그때부터 일이 커집니다. 텐트와 타프도 먼저 꺼낼 수 있게 싣습니다. 타프를 쓰는 날에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한쪽으로 빗물 흐름을 만들고, 그 물이 텐트 아래로 향하지 않게 자리를 잡습니다.
- 몸: 손이 자유로운 우비나 방수 재킷, 챙 있는 모자, 젖었을 때 갈아입을 양말
- 설치: 미끄러운 땅에 맞는 팩, 여분 가이라인, 헤드랜턴과 예비 전원
- 보관: 침낭·여벌 옷용 방수 주머니, 젖은 장비를 담을 큰 봉투
- 철수: 수건 또는 흡수 잘되는 천, 차 안에 깔 방수 시트나 비닐
백패킹이면 짐의 무게도 봐야 합니다. 큰 타프와 두꺼운 장화를 무조건 더하면 오르막에서 먼저 지칩니다. 숲길을 오래 걷는 일정에는 가벼운 우비와 마른 양말 한 켤레가 더 쓸모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반면 차 옆에 텐트를 치는 오토캠핑이라면 젖은 장비를 담을 큰 통이 철수할 때 꽤 편합니다.
침낭과 옷은 텐트보다 한 겹 더 보호한다
텐트가 방수라고 침낭까지 안전한 건 아닙니다. 안쪽 벽에 닿은 침낭 끝이 밤새 축축해지거나, 문을 열 때 빗물이 들이치기도 합니다. 침낭과 잠잘 때 입을 옷은 각각 방수 주머니에 넣고, 텐트 안에서는 벽에서 조금 떼어 둡니다. 방수 주머니가 없다면 튼튼한 봉투를 가방 안쪽에 넣어 입구를 여러 번 말아 닫는 방법도 씁니다. 다만 얇은 장바구니 봉투 하나에 밤잠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바닥에는 텐트 규격에 맞는 풋프린트가 좋습니다. 천막처럼 바깥으로 튀어나온 바닥 시트는 빗물을 받아 텐트 아래로 보내기 쉽습니다. 설치 후에는 바닥 시트 가장자리가 텐트 밖으로 보이지 않는지 한 바퀴 확인합니다. 텐트 주변에 배수로를 파는 방식은 땅을 훼손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물이 흐르지 않는 자리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비싼 방수 장비가 꼭 필요한가
처음부터 고가의 드라이백을 여러 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오토캠핑이라면 튼튼한 봉투와 이미 가진 수납 가방으로도 침낭과 옷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비를 자주 맞으며 걷는 백패킹이라면 입구가 잘 닫히는 방수 주머니에 돈을 쓰는 편이 낫고요. 저는 예전에 방수 가방만 잔뜩 샀다가, 정작 젖은 텐트를 넣을 큰 봉투가 없어 차 뒷좌석을 적신 적이 있습니다.
젖은 날의 취사와 철수까지 준비한다
비가 오면 버너를 텐트 안으로 들이고 싶어집니다. 그건 하지 않습니다. 텐트나 닫힌 차 안에서 연소 기구를 쓰면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바람과 비를 막을 수 있는 야외 취사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끓이거나 굽는 메뉴 대신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꾸는 게 편하고 안전합니다. 타프 아래에서 취사할 때도 불꽃과 천 사이 거리를 충분히 두고, 환기가 되는지 봅니다.
퇴실 시간이 다가오면 텐트를 말릴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억지로 깔끔하게 접느라 빗속에 오래 서 있기보다 젖은 텐트와 타프를 큰 봉투에 따로 담습니다. 마른 침낭과 옷은 그 봉투에 섞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가능한 한 빨리 전부 펼쳐 말려야 냄새가 덜 남습니다. 팩에 묻은 흙도 닦아 말려 두면 다음번 설치가 수월합니다.
비 오는 캠핑에서 제일 아까운 짐은 쓰지도 않을 물건을 혹시 몰라 챙긴 짐이었습니다. 침낭을 마르게 지킬 것, 설치할 때 바로 꺼낼 것, 젖은 채 돌아올 것을 담을 것. 이 세 가지만 먼저 챙겨도 비 오는 날의 피로가 꽤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