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준비물 체크리스트 이렇게 챙기면 짐이 준다

처음 차박을 갔을 때 접이식 의자만 세 개를 실었다. 정작 잠잘 때 필요한 매트는 얇아서 새벽 내내 차 바닥의 냉기를 느꼈다. 짐을 많이 싣는다고 편해지는 건 아니더라. 차박 준비물 체크리스트는 물건 이름을 늘어놓기보다 잠자리, 먹을 것, 안전 순서로 짜는 게 훨씬 쓸모 있다.
짐을 사기 전에 차 안에서 하룻밤을 그려본다
먼저 뒷좌석을 접고 실제로 누워본다. 키가 175cm인 사람도 차종에 따라 발끝이 트렁크 문에 닿고, 좌석 경사 때문에 허리가 뜬다. 누울 수 있는 길이와 가장 좁은 곳의 폭을 재고, 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단차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걸 빼먹고 두꺼운 에어매트를 샀다가 차 안에서 제대로 펴지 못한 사람을 여러 번 봤다.
수납함도 배치가 중요하다. 밤에 화장실에 갈 때 신발과 손전등을 찾느라 짐을 전부 뒤집으면 피곤하다. 운전석으로 이동할 길, 문을 열 공간, 바로 집어야 할 물건의 위치를 먼저 잡아둔다. 짐은 뒷유리 시야를 가리지 않게 싣고, 급제동 때 앞으로 날아올 물건은 고정한다.
- 줄자와 휴대전화 메모: 누울 공간의 길이·폭·단차를 기록한다.
- 창문 가리개와 방충망: 빛과 벌레를 막되, 창문을 조금 열 수 있는 형태가 편하다.
- 작은 수납 가방: 열쇠, 안경, 휴대전화, 손전등을 한곳에 둔다.
장소도 사진 한 장으로 고르지 않는다. 낮에는 멀쩡해 보여도 밤새 도로 소음이 들리거나, 비가 오면 진입로가 질척해지는 곳이 있다. 처음이라면 화장실 위치와 차량 진입 상태를 확인하기 쉬운 곳이 마음 편하다. 도착해서 잠자리를 처음 만드는 것보다, 집 근처에서 한 번 차 안에 누워보는 편이 실수를 줄인다.
잠자리는 매트부터 챙긴다
차박에서 가장 돈값을 하는 건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몸 아래 까는 매트다. 차 바닥은 생각보다 차갑고 단단하다. 침낭을 두껍게 덮어도 눌린 등 쪽 보온재는 힘을 못 쓴다. 한여름이 아닌데 맨바닥에 담요만 깔고 잤다가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몸을 풀었던 적이 있다.
처음부터 전용 침상까지 살 필요는 없다. 좌석 단차를 접은 담요나 단단한 쿠션으로 메우고, 그 위에 차 크기에 맞는 매트를 깔아본다. 집에 있는 침구를 쓰면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부피가 크다. 차에 늘 싣고 다닐 생각이라면 접히는 매트와 수납이 쉬운 이불이 낫다. 백패킹용 경량 침낭은 작게 접히지만, 차박만 할 거라면 비싼 초경량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 매트: 차 안 실측 크기에 맞고, 누웠을 때 엉덩이가 바닥에 닿지 않는 것.
- 계절에 맞는 침구: 예상 기온보다 추울 때를 생각해 얇은 겉옷 한 벌을 더 둔다.
- 베개와 여벌 양말: 작지만 잠의 질을 크게 바꾼다.
- 마른 수건 두 장: 아침에 창문에 맺힌 물기와 젖은 물건을 닦는다.
창문을 꽉 닫고 자면 사람의 숨과 젖은 장비 때문에 유리에 물방울이 맺히기 쉽다. 방충망을 설치하고 날씨에 맞춰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한다. 비가 옆으로 들이치는 날에는 창문 방향과 가리개 상태부터 본다. 아침에 침구를 접기 전 잠깐 말리는 습관도 곰팡이 냄새를 줄여준다.
먹는 짐은 메뉴를 정해야 줄어든다
첫 차박이라면 한 끼는 간단하게 먹는 쪽을 권한다. 구이, 찌개, 커피를 다 하겠다고 챙기면 냄비와 도마, 양념통, 설거지 물까지 따라온다. 저녁 메뉴 한 가지와 아침 메뉴 한 가지만 정하고 필요한 도구를 거꾸로 적어본다. 즉석밥과 준비해 온 반찬으로 먹는 날엔 큰 조리 상자가 필요 없다.
물은 마실 양만 계산하면 모자란다. 1박 기준으로 마실 물, 조리용 물, 간단히 씻을 물을 따로 생각한다. 성인 한 명이 간단한 음식으로 지내는 경우 2~3L를 출발점으로 잡되, 더운 날이나 조리가 많으면 넉넉히 늘린다. 화장실과 급수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면 물통 크기를 정하기 쉽다. 음식물 쓰레기와 젖은 쓰레기를 담을 봉투도 잊지 말자.
- 식기 한 벌과 컵 하나: 일행 수만큼만 챙긴다.
- 물과 간단한 음식: 메뉴를 정한 뒤 양을 계산한다.
- 보냉 가방: 상하기 쉬운 음식을 가져갈 때 사용한다.
- 쓰레기봉투와 지퍼백: 남은 음식과 젖은 수건을 분리한다.
버너를 쓸 계획이라면 차 밖의 안정된 장소에서 사용한다. 차 안에서 불을 피우거나 연료를 태우는 난방기를 켜고 자는 건 위험하다. 일산화탄소는 냄새로 알아차릴 수 없다. 추울 것 같으면 침구를 보강하고, 그걸로 버티기 어려운 날씨라면 차박 일정을 바꾸는 게 맞다.
출발 전에는 안전 물건부터 다시 본다
조명은 손이 자유로운 헤드랜턴 하나가 편하다. 휴대전화 불빛만 믿으면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곤란하다. 보조배터리는 출발 전 충전하고, 충전선이 맞는지도 확인한다. 차량 배터리로 밤새 전기 제품을 돌릴 생각이라면 시동이 걸릴 만큼 전력이 남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잘 모를 때는 전기를 많이 쓰는 난방기나 조리 기구를 차박 계획에서 빼는 편이 안전하다.
- 헤드랜턴, 충전된 보조배터리, 맞는 충전선.
- 상비약과 개인 복용약, 작은 구급 파우치.
- 비상 연락이 가능한 휴대전화와 목적지 주변의 화장실 위치.
- 우비 또는 방수 겉옷, 젖은 신발을 담을 봉투.
- 타이어 상태와 연료 잔량 확인.
비 오는 날엔 차 문을 열고 짐을 꺼내는 몇 초 사이에 침구가 젖기도 한다. 자주 쓰는 물건을 문 가까이에 두고, 비가 심하면 조리 계획을 접을 수 있게 간단한 대체 식사를 챙긴다. 특히 혼자 가는 차박은 도착지와 돌아올 시간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두면 좋다.
처음부터 모든 장비를 맞출 필요는 없다. 한 번 자고 돌아오면 부족했던 물건은 금방 드러난다. 내 경우에는 비싼 테이블보다 잘 맞는 매트 한 장이 오래 남았다. 차박 준비물 체크리스트도 그렇게 한 번씩 고쳐 쓰는 게 결국 자기 차와 자기 몸에 맞는 짐을 만드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