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랜턴 추천 내 산행에 맞게 고르는 방법

몇 해 전 가을, 해 지기 전에 내려올 줄 알고 작은 손전등 하나만 챙겼다가 하산길에서 애를 먹었습니다. 낙엽 아래 돌이 안 보이니 걸음이 느려졌고, 한 손에는 스틱을 쥐고 있어 손전등도 불편했죠. 그 뒤로 짧은 산행에도 헤드랜턴을 넣습니다. 등산 랜턴 추천을 부탁받으면 저는 먼저 묻습니다. 어두워진 뒤 얼마나 걸을 건지, 아니면 텐트 주변에서만 쓸 건지요.
밤길을 걷는다면 밝기보다 빛의 모양을 보세요
포장된 산책로와 돌 많은 능선은 필요한 빛이 다릅니다. 발밑과 주변을 넓게 비추는 빛은 보폭을 잡기 편하고, 멀리 뻗는 빛은 갈림길 표지나 다음 지형을 확인할 때 좋습니다. 야간 산행을 한다면 두 빛을 바꾸거나 함께 쓸 수 있는 헤드랜턴이 편합니다. 텐트 안에서만 쓸 물건이라면 넓게 퍼지는 빛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루멘은 광원이 내는 빛의 양입니다. 숫자가 크다고 등산로가 늘 잘 보이는 건 아닙니다. 같은 밝기라도 빛이 퍼지는 방식에 따라 발밑 모습이 달라집니다. 저는 일반적인 하산길에서 쓸 제품을 고를 때 최고 밝기 숫자보다 중간 밝기에서 발밑을 편하게 볼 수 있는지, 빛이 몇 미터 앞까지 닿는지를 먼저 봅니다. 매장에서 켜볼 수 있다면 바닥을 비춰보는 게 포장지 숫자보다 빠릅니다.
처음엔 저도 밝을수록 좋은 줄 알고 강한 제품을 샀습니다. 그런데 흰 바위에 빛이 세게 반사되면 오히려 눈이 피곤했고, 앞사람을 돌아볼 때마다 눈부시게 했습니다. 평소에는 중간 단계로 걷고, 길을 확인할 때만 밝기를 올리는 쪽이 배터리도 덜 씁니다.
사용 시간은 최고 밝기가 아닌 평소 밝기로 따지세요
제품 상자의 ‘최대 사용 시간’은 아주 약한 밝기로 잰 값일 수 있습니다. 페츨의 한 헤드랜턴은 건전지 사용 기준으로 450루멘 단계가 2시간, 100루멘 단계가 10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이처럼 같은 랜턴도 어느 단계로 켜느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제품끼리 비교할 때는 내가 걸을 때 쓸 밝기의 시간과 밝기가 약해지는 시점을 함께 확인합니다.
당일 산행 위주라면 건전지식도 괜찮습니다. 예비 건전지를 챙기기 쉽고 충전할 곳을 찾을 필요가 없죠. 자주 나가는 사람에겐 충전식이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조배터리를 챙겼다고 끝은 아닙니다. 걸으면서 충전이 가능한지, 충전하는 동안 불을 켤 수 있는지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저는 1박 이상 가거나 일몰 뒤 하산 가능성이 있으면 예비 건전지나 바로 켤 수 있는 작은 보조등을 따로 넣습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도 야외 활동 준비물로 헤드랜턴과 여분의 건전지를 안내합니다. 계획한 시간에 꼭 내려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출발 전에는 잔량만 보지 말고 실제로 켜서 밝기 단계를 바꿔봅니다. 배낭 속에서 버튼이 눌리지 않게 잠금 기능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가격대별로 돈 쓸 곳이 다릅니다
가격은 판매처와 시기에 따라 달라지니 대략적인 기준으로만 보세요. 1만~3만 원대는 가끔 하는 낮 산행의 비상용이나 캠핑장용으로 생각할 만합니다. 손을 떼고 쓸 수 있는 헤드형, 밝기 조절, 단순한 버튼부터 보세요. 저렴해도 머리에 잘 고정되고 배터리 뚜껑이 단단하면 제 몫을 합니다. 반대로 야간 산행을 자주 한다면 사용 시간 표시와 착용감을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3만~7만 원대는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범위입니다. 넓은 빛과 먼 거리용 빛을 고를 수 있는지, 장갑 낀 손으로 버튼을 누르기 쉬운지, 땀에 젖은 밴드를 관리하기 편한지 따져봅니다. 비를 만날 수 있으니 방수 등급도 확인하세요. IPX4는 비나 물 튀김에 견디도록 설계된 등급이지 물속에 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7만 원 이상은 어둠 속 이동이 잦거나 오래 걷는 사람에게 값어치가 있습니다. 더 높은 밝기, 세밀한 밝기 조절, 교체식 충전지 같은 기능이 선택 이유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밝은 최고 단계가 필요한 시간이 짧다면 비싼 제품도 창고에 남습니다. 캠핑장 화장실을 오가는 용도로 고출력 랜턴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머리에 쓰고 걸어본 뒤 배낭에 넣으세요
무게가 20~30g 차이 나는 것보다 앞쪽으로 처지는 느낌이 더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모자를 쓴 상태에서 고개를 숙여 보고,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가 보세요. 빛 각도가 자꾸 내려가거나 밴드가 미끄러지면 숫자로는 좋은 제품이어도 손이 안 갑니다. 버튼이 여러 개라면 어두운 곳에서 원하는 단계로 바로 바꿀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 출발 전 불을 켜고 중간 밝기와 잔량을 확인합니다.
- 예비 전원은 랜턴과 맞는 종류로 챙기고 젖지 않게 넣습니다.
- 동행자 얼굴을 향해 켜지 않도록 고개를 돌리거나 빛을 낮춥니다.
- 헤드랜턴이 있어도 일몰 전에 하산할 시간을 넉넉히 잡습니다.
붉은빛 기능은 텐트 안에서 옆 사람을 덜 눈부시게 하거나 가까운 물건을 찾을 때 쓸 만합니다. 제게는 있으면 좋은 기능이지 구매 이유의 첫 번째는 아닙니다. 급경사 하산길에서는 발 디딜 곳이 잘 보이는 흰빛이 우선입니다.
제 배낭에 오래 남은 랜턴은 가장 비싼 제품이 아니라 장갑 낀 손으로도 쉽게 켜지고, 평소 밝기로 하산할 만큼 버텨준 제품입니다. 산에서는 손이 자주 가는 장비가 좋은 장비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