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배낭 40리터로 1박 2일 짐 꾸리는 방법

40리터 배낭,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초보 백패킹 팀을 데리고 1박 2일 산행을 갔는데, 한 분이 40리터 배낭을 들고 와서 출발 전부터 지퍼가 안 닫히더군요. 배낭이 작아서가 아니라 짐의 우선순위가 뒤섞인 상태였습니다. 40리터는 가볍게 다니기 좋은 크기지만, 아무거나 넣어도 되는 크기는 아닙니다.
제가 오래 써본 느낌으로는 40리터 배낭은 봄, 가을 1박 2일 백패킹에 가장 잘 맞습니다. 여름엔 더 여유롭고, 겨울엔 장비 압축을 꽤 잘해야 합니다. 특히 침낭, 매트, 텐트가 부피를 많이 먹기 때문에 처음부터 장비 선택을 잘못하면 음식이나 방한복 넣을 자리가 사라집니다.
40리터 배낭을 고를 때는 숫자만 보지 말고 실제 수납 구조를 봐야 합니다. 같은 40리터라도 메인 수납부가 길게 빠진 모델이 있고, 외부 포켓이 풍부한 모델이 있습니다. 초보라면 외부 포켓이 너무 많은 배낭보다 메인 공간이 단순한 제품이 오히려 낫습니다. 포켓이 많으면 편할 것 같지만, 짐을 여기저기 넣다가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자가 40리터로 버티려면 장비부터 줄여야 합니다
백패킹 배낭 40리터를 쓰려면 제일 먼저 텐트, 침낭, 매트 부피를 봐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전체 공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텐트는 1인용 기준 1.2kg 안팎이면 꽤 쓸 만하고, 1.5kg을 넘기면 다른 짐에서 양보해야 합니다. 침낭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봄가을용으로 압축했을 때 지름 18cm, 길이 30cm 정도 안에 들어오면 40리터 배낭에 맞추기 좋습니다.
처음 장비를 살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캠핑용 장비를 그대로 백패킹에 가져오는 겁니다. 오토캠핑용 코펠, 두꺼운 캠핑 의자, 큰 랜턴, 가정용 보조배터리 같은 물건은 하나씩 보면 별것 아닌데 배낭에 넣으면 바로 티가 납니다. 저도 예전에 접이식 의자 하나 포기 못 해서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터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정상에 앉아 커피 마시는 그림은 좋았는데, 올라가는 내내 욕이 나오더군요.
- 텐트: 1인용 또는 가벼운 2인용 쉘터
- 침낭: 계절에 맞는 압축성 좋은 제품
- 매트: 부피 큰 발포 매트보다 에어 매트 우선
- 취사도구: 버너 1개, 작은 코펠 1개면 충분
- 의류: 여벌 옷보다 보온층과 방수층 먼저
40리터 배낭은 ‘있으면 좋겠다’ 싶은 물건을 다 받쳐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짐을 꾸릴 때는 필요한 물건과 불안해서 넣는 물건을 구분해야 합니다. 초보일수록 불안해서 짐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산에서는 짐이 무거워질수록 체력이 빨리 빠지고, 체력이 빠지면 판단도 같이 흐려집니다. 안전을 위해 넣은 짐이 오히려 이동을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배낭 안에는 무게 순서가 있습니다
40리터 배낭은 수납보다 무게 중심이 더 중요합니다. 같은 10kg이라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어깨가 버틸 만할 수도 있고, 허리가 먼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침낭처럼 가볍고 부피 큰 물건은 아래쪽, 물과 식량처럼 묵직한 물건은 등판 가까운 중간 높이에 넣는 게 좋습니다. 자주 꺼내는 우의, 헤드랜턴, 간식, 장갑은 상단이나 외부 포켓에 둡니다.
제가 권하는 40리터 배낭 총무게는 물 포함 9kg에서 11kg 사이입니다. 초보라면 12kg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체력이 좋은 분도 첫 백패킹에서 14kg 넘게 메고 오면 둘째 날 표정이 달라집니다. 길이 편하면 괜찮을 것 같지만, 실제 산길은 계단, 너덜길, 젖은 흙길이 섞여 있습니다. 무릎과 발목이 계속 충격을 받습니다.
넣는 순서 예시
- 하단: 침낭, 여벌 옷, 가벼운 보온류
- 등판 중간: 물, 식량, 버너, 연료
- 바깥쪽 중간: 텐트 플라이, 여분 팩, 작은 소품
- 상단: 우의, 방풍재킷, 간식, 구급 파우치
- 외부 포켓: 물병, 지도, 선글라스, 휴지
배낭 바깥에 물건을 너무 많이 매다는 것도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매달린 컵, 샌들, 랜턴이 걸을 때마다 흔들리면 피로가 쌓입니다. 좁은 등산로에서는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합니다. 특히 텐트 폴이나 트레킹 폴을 옆에 고정할 때는 끝부분이 사람을 찌르지 않게 방향을 잘 봐야 합니다.
40리터에 맞는 1박 2일 구성은 이렇게 잡습니다
봄가을 기준으로 제가 실제로 많이 쓰는 구성은 간단합니다. 텐트나 쉘터, 침낭, 매트, 작은 버너, 750ml 안팎 코펠, 물 1.5리터에서 2리터, 저녁 한 끼와 아침 한 끼, 보온 의류, 방수 재킷, 헤드랜턴, 구급 파우치 정도입니다. 여기서 카메라, 의자, 테이블이 들어가면 바로 빡빡해집니다.
음식도 부피를 줄이는 요령이 있습니다. 처음엔 라면, 햇반, 캔음식, 고기까지 챙기는 분들이 많은데 40리터 배낭에는 생각보다 부담이 큽니다. 햇반은 편하지만 부피가 있고, 캔은 먹고 난 뒤 쓰레기도 불편합니다. 저는 짧은 일정이면 건조식, 누룽지, 소시지, 견과류, 작은 포장 김치 정도로 단순하게 갑니다. 산에서 대단한 요리를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배낭이 확 가벼워집니다.
물은 줄이면 안 되는 짐입니다. 다만 무작정 3리터씩 넣고 출발하는 것도 방법은 아닙니다. 코스 중간에 물을 보급할 수 있는지, 야영지 근처에 물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물 보급이 불확실하면 2리터 이상 챙기고, 확실하면 1.5리터 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단, 여름에는 땀 배출이 많아서 보수적으로 잡는 게 낫습니다.
배낭을 살 때 보는 부분은 등판과 허리벨트입니다
백패킹 배낭 40리터를 고를 때 색깔이나 브랜드보다 먼저 봐야 할 게 등판 길이와 허리벨트입니다. 배낭 무게는 어깨로 버티는 게 아니라 골반으로 받는 겁니다. 허리벨트가 얇고 힘이 없으면 8kg만 넘어도 어깨가 아파옵니다. 매장에서 메볼 수 있다면 안에 무게를 넣고 10분 정도 걸어보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등판 길이 조절이 되는 모델은 초보에게 유리합니다. 자기 몸에 맞추기 쉽기 때문입니다. 키가 같아도 상체 길이는 다릅니다. 온라인으로만 살 때는 등판 길이, 허리벨트 둘레, 실제 무게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40리터 배낭 자체 무게는 1.1kg에서 1.6kg 정도면 무난합니다. 2kg 가까운 배낭은 내구성은 좋을 수 있지만 가볍게 다니려는 목적과는 조금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대략 이렇게 보면 됩니다. 10만 원대는 입문용으로 충분한 제품이 많지만 등판 착용감 차이가 큽니다. 20만 원대는 무게, 내구성, 착용감 균형이 좋아 선택지가 넓습니다. 30만 원 이상은 확실히 좋은 제품도 있지만, 본인 스타일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가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비싼 배낭이 나쁜 건 아닌데, 내 산행 방식과 맞지 않으면 그냥 비싼 짐가방이 됩니다.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배낭 커버, 방수 파우치 여러 개, 전용 컵, 미니 테이블, 감성 랜턴까지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방수는 큰 라이너 하나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고, 컵은 코펠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은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밥은 먹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먼저 배낭, 신발, 침낭, 매트에 돈을 쓰고 나머지는 천천히 채우겠습니다.
40리터 배낭은 짐을 줄이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크기입니다. 너무 작아서 고생만 하는 크기도 아니고, 너무 커서 불필요한 물건을 계속 넣게 되는 크기도 아닙니다. 처음엔 빠듯해 보여도 두세 번 다녀오면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 보입니다. 제 경험상 백패킹은 장비가 많아질수록 멋있어지는 취미가 아니라, 내 몸이 편해지는 쪽으로 덜어내는 취미에 가깝습니다. 40리터 배낭 하나 제대로 꾸릴 줄 알면 1박 산행은 꽤 담백하고 즐거워집니다.
